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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36> 만족 모르는 음악장인 송창식(상)

성악가 꿈꾼 소년 송창식…세시봉 데뷔무대도 가곡과 아리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9-26 18:59: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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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여읜 뒤 어머니도 집 떠나
- 불우한 유년…음악의 꿈 키워
- 예고 진학 뒤 형편 어려워 자퇴

- 오갈 데 없이 홍대 앞 전전하다
- 세시봉 MC 이상벽 눈에 띄어

"사람들이 말로는 노래와 인생이 같이 간다고 하는데 절대로 노래에 인생을 걸지 않습니다. 스님들은 평생 좌선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수들이 젊었을 때 제일 잘할 때만 하고 그만두어버린다면 되겠어요?" 얼마 전 가수 송창식이 EBS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듣고 보면 너무나 논리적이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말을 가수가 직접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그런데도 이 말이 힘 있게 다가온 것은 바로 송창식이 자신의 말에 부합하는 음악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1974년 스물여덟 청춘의 송창식이 연주하는 모습. 김형찬 제공
송창식은 1946년 인천에서 출생했는데 경찰로 근무하던 부친이 1953년 백령도에서 전사한 이후 조부의 집에서 지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송창식이 열 살 때 돈 벌러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난 속에 자란 송창식은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교생이 곤충채집을 해서 전시가 끝난 후 곤충의 사체를 태우는 위령제인 '벌레의 무덤' 행사의 주제곡을 작곡하는 재능을 보였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음악영화 '토스카'를 보고 성악가가 되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성악을 전공한 음악선생에게 정식으로 성악지도를 받고 경기도 내 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하지만 가정 문제로 상처를 입은 송창식은 당시 중간시험을 포기하고 책과 할아버지의 라디오를 팔아 어머니를 찾으러 나섰다. 서울로 가서 한 달 동안 친척집의 눈칫밥을 먹고 노숙을 하며 찾았으나 별 소득 없이 인천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서울예고 성악과에 지원해 전체 수석으로 합격하면서 송창식의 재능은 또 한 번 증명됐다. 하지만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송창식의 생활은 고생길이었다. 또 집안사정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 성당이나 구호단체에서 주는 옥수숫가루로 죽을 끓여 연명했다. 수업이 끝나도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늦으면 학교에서 자기도 했는데 특히 경비아저씨들과 친해지자 취사도구까지 마련해놓고 학교에서 살기도 했다.

성악 레슨을 하던 지도교수가 해외로 장기 출국하면서 기말고사를 치지 못해 낙제를 당하고 1966년 학교를 떠났다. 미술을 공부하는 친구 염동진과 인천 근처의 낙도인 무위도에 가서 20여일을 지냈다. 그곳에서 놀러온 학생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는 모습을 본 것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한 대학생이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장면을 난생처음 감명 깊게 보고 기타라는 악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 대학생은 바로 서유석이었다.

   
송창식이 가수로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홍익대 근처 음악감상실 '세시봉'.
그는 이후 친구들과 함께 동양공예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해태제과의 주문을 받아 도로변에 해태상을 세우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이때 그는 친구의 화실에서 지내면서 목공소에 주문해 직접 기타를 만든 뒤 '전오승 기타교본' '클래식 기타연주집' 등을 교본으로 삼아 독학으로 기타를 익혀나갔다. 

친구가 홍익대에 진학한 이후 1967년 여름에는 무작정 호남선을 타고 40일간의 무전여행을 하고 1967년 7월 서울에 돌아왔다. 또다시 오갈 데가 없어서 홍대 미대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강의도 듣고 캠퍼스에서 어울리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홍대생으로 여겨지게 됐다.

바로 그곳 홍대에서 송창식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세시봉'에서 '대학생의 밤'이라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사회자였던 홍대생 이상벽이 송창식의 재능을 발견하고 세시봉 무대에 서게 했던 것이다. 그의 데뷔 무대는 여러모로 남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차림새부터 낡은 잠바에 뒷꿈치가 다 닳은 군화차림으로 거의 거지꼴이었다. 낡은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 그는 전혀 뜻밖에도 오페라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라는 클래식곡을 불렀다. 외모와 음악의 반전에 모두 깜짝 놀랐다. 앙코르 송으로 이탈리아 가곡 '어머니(Cara Mamma)'를 불렀다.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한 병사를 기다리던 어머니가 끝내 숨을 거두고 그 편지를 받은 것은 그 옆을 지켰던 신부님이었다는 내용의 노래였다. 

지금도 송창식은 하회탈을 연상시키는 환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이런 웃음 뒤에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우울했던 청년시절의 애환이 숨겨져 있다. 송창식이 '세시봉'의 데뷔 무대에서 불렀던 이 두 노래는 그동안 송창식 인생 여정의 스토리와 마음을 대변하는 곡이었다. 청중도 잊어버리고 자신도 잊어버린 음의 공간속에서 청중들과 송창식은 우연히 만나 마음이 통해버린 것이었다. 청중들은 엄청난 감동에 할 말을 잊고 한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갑자기 박수가 쏟아졌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미완의 대기' 송창식이 예술가의 세계로 접어들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대중음악저술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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