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 책임지는 소임 맡을 땐
- 대중 중심에 놓는 공심 있어야
- 사찰이 보존한 2㎞ 평지숲길
- 자연 그대로의 힐링공간 마련
- 내달 8·9일 절 창건 기념행사
- 괘불 이운행사 무형문화재 추진
"지금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의 소임을 맡고 계시고, 직전에는 불교신문 사장으로 언론사를 이끄셨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제35대 동국대 이사장으로서 대학 발전을 책임지셨고요. 어떤 소임이 가장 힘드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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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이 지난 21일 올해 개산대재 계획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을 만나게 된다면, 꼭 여쭙고 싶은 질문이었다. 영배 스님은 규모가 있고 중요한 공동체를 맡아 그 공동체를 '안으로 책임지고 밖으로 대표하는' 소임을 많이 경험했다. 절대 쉬울 리 없을 그 소임을 어떤 마음으로 수행했는지 '비결'을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난 21일 영배 주지 스님을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음 달 8~9일 열리는 통도사 1371주년 개산대재를 앞두고 그 의미와 올해의 주안점을 듣는 인터뷰 자리였다. 이런저런 문답이 오간 뒤, 이윽고 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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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기로 치자면, 통도사 주지 소임이 제일 힘들죠.(웃음) 신문사 사장과 동국대 이사장 말고도 조계종 중앙종회나 불교방송에서도 이런저런 직책을 맡게 된 적이 있지요. 늘 공심(公心)을 생각했지요. 사심(私心)의 반대가 공심이죠." 영배 스님께 조금 더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아니라 대중을 중심에 놓지요. 그리고 대중이 무엇을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살핍니다. 동국대 이사장으로 있을 때도 학생이 첫번째 주인, 그 다음 주인이 교수님과 직원분들, 그 다음이 이사장이다. 큰 주인인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나는 서포트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통도사도 마찬가지죠. 대중이 주인입니다. 대중이 수행 열심히 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기도 열심히 하도록 지원할 뿐입니다. 저는 시봉자이죠."
영배 스님의 이런 생각은 지난해 5월 통도사 주지로 부임한 뒤 하심(下心·마음을 낮은 데 두고 진정한 겸손을 실천함)을 강조하는 행보로 이어졌다. 함께 공양할 때 방장 스님 곁에 있던 주지석을 대중 쪽으로 한 칸 내리고, 법랍 높은 스님들께 이를 내드리는 상징적 변화도 그렇게 나왔다.
이런 생각은 도량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시대에 사회와 종교가 만나는 접점을 문화에서 찾는다"는 영배 스님의 구상에도 일관되게 관통한다. "'이제는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돈만 많으면 나의 행복도 다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지요. 옛날에는 종교만 주던 구원이란 것을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인 다른 것이 대체해버리죠. 종교가 멀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더 허전해 하고 황폐해지고 쓰라려합니다."
이런 현실 인식에서 영배 스님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치유를 체험하게 하는 것은 종교가 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이다' '종교는 사회, 문화와 하나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런 뜻에서 2㎞ 길이의 아름다운 숲길인 무풍한송로에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공연 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무풍한송로는 통도사 산문에서 절마당까지 이어주는 청정한 평지 숲길이다.
"오래 구상했고 기본안은 서 있습니다. 곧 우리 스님들이 일본에 출장 가서 그곳 사례를 살필 계획이지요. 자연환경을 일절 건드리지 않고 자연 숲을 살리면서 야외 공연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1000년간 사찰이 보존한 숲을 사회와 공유하자는 뜻도 있으니 국가에 지원도 요청해볼 계획입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병리현상에 시달리는 분들이 예술과 문화, 명상과 함께 치유를 경험하시도록 조성하겠습니다."
신라 시대 자장 율사가 창건한 통도사는 다음 달 8일과 9일 1371주년 개산대재 본행사를 치른다. 개산대재는 절 창건 기념행사로 볼 수 있다.
"통도사 개산대재에서는 괘불(야외 법회 때 내거는 커다란 부처님 그림)을 들고 절 곳곳을 도는 이운행사를 해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조선 시대 이후부터 해왔다고 합니다. 올해 개산대재를 계기로 괘불 이운행사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는 일도 시작합니다. 다음 달 2일 여는 관련 학술대회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영배 주지 스님은 괘불 이운행사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려는 취지를 "문화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고양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개산대재의 큰 의미는 사찰의 창건 이념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계율을 특히 중시하는, 계율이 살아 있는 큰 사찰인 것이죠. 지킬 것을 지켜서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것이 계율의 의미라 할 때, 이번 개산대재가 우리 사회에도 지켜야 할 윤리와 규범을 지키는 것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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