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쉬운 힙합 [6] 바비와 송민호도 힙합인가요?

  • 신동욱 에디터
  •  |   입력 : 2016-09-09 18:21:12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내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제목으로 번역된 'Men explain things to me'에서 리베카 솔닛은 남성이 여성들에게 설명하려는 경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성은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드러운 어조를 기대했는데 꼭 그 근처 어딘가를 걷어차인 것 같이 아프다. 찌릿한 고통과 함께 밑줄을 쫙 그었다. 흔한 랩 가사들보다 훨씬 '힙합답다'. 어지간한 래퍼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스웨그(Swag)다.

그러고 보니 힙합이 꼭 음악만인 것은 아니었다. 2016년 한국이라면 힙합은 그저 길거리 춤이고 음악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이전에 힙합은 사회를 보는 프레임이었고 문화였으며, 사회 운동이었다.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시합에 출장한 재키 로빈슨은 은퇴 후 인종통합을 목표로 왕성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블랙 무슬림인 맬컴 엑스와 손을 잡은 파웰을 이렇게 비난했다. "당신은 흑인이 지금까지 싸워온 길을 후퇴하게 만들었다."

맬컴 엑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뉴욕 암스테르담 뉴스' 지면은 로빈슨의 공개서한과 함께 이를 반박하는 맬컴 엑스의 글도 실었다. "당신은 흑인으로부터 얻은 지지에 감사할 줄 모른다. 그러나 백인의 후원자들에게는 한껏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악의 인종 차별을 경험했던 두 사람은 인종차별 문제를 두고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흑인 인권의 신장이었다. 진정 음악을 하지 않고도 힙합을 했던 사람들이다.
   
(사진 = 맬컴 엑스와 재키 로빈슨)

YG엔터테인먼트는 그 존재만으로 힙합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대형 연예 기획사다. 태생부터가 그랬다. YG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활동했던 양현석이 이른 바 '블랙뮤직 아티스트 양성'을 지향하며 만든 회사다. 블랙 뮤직은 말 그대로 R&B, 힙합 등 흑인 음악으로 분류되는 음악 장르를 말한다. 1996년 '현기획'으로 출발한 YG는 98년 '양군기획'으로 이름을 바꾸며 힙합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후 YG 엔터테인먼트가 정식 출범했다. 1TYM과 지누션이 힙합의 대중화에 앞장섰고 에픽하이도 YG와 계약했다. 이 쯤 되면 음악만 놓고 보았을 때 YG 소속 뮤지션들에게 '힙합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언더 래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돌 그룹의 힙합도 '힙합'이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청춘을 바쳐 힙합 씬을 지켜 온 언더 래퍼들의 의문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언더 래퍼와 아이돌 래퍼는 서로가 힙합의 주인이라며 가는 길마다 맞붙어 싸웠다. 언더 래퍼들은 스스로 한국 힙합의 자존심인 양 아이돌 래퍼들을 무시했다. 역설적인 것은 그중 몇몇은 스스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1TYM'을 보며 힙합을 시작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언더 래퍼들의 비난에 기분이 상한 아이돌 래퍼들은 "우리도 힙합"이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바비와 비아이, 송민호와 지코는 성공한 축에 속한다. 센 척 하느라 아이돌 이미지까지 버리고 만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힙합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랩이 가난한 게토 출신 흑인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을 때, 백인 중산층 출신 래퍼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13번이나 수상했다. 아카데미 어워드에서도 래퍼로는 처음으로 상을 탔으며, 힙합 역사상 가장 높은 앨범 첫 주 판매량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바로 영화 '8마일'의 주인공 에미넴이다.


요컨대 "누가 진짜 힙합이냐"거나 "힙합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은 틀렸다. 주인은 그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든 향유하는 사람들 모두다. JTBC에서 '힙합의 민족'을 방영했을 때, 무대 위에 올랐던 이른 바 '할미넴'들 역시 그 순간만큼은 힙합이다. 그런데 아이돌 래퍼라고 해서 힙합의 주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돌 래퍼뿐만 아니라 누구든 랩을 하면 래퍼다. 화장을 짙게 하고 춤을 추며 윙크를 날리면 아이돌 그룹일 뿐. 7일과 8일 자정 잇따라 발표한 바비의 '꽐라', 송민호의 '몸'도 힙합은 힙합이다. 적어도 그들은 랩을 통해 음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음악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랩을 잘 한다고 다 힙합이냐 하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2014년 '쇼미더머니 3'에 출연한 올티가 그러지 않았던가, "저들(바비와 비아이)은 지금은 힙합인 척 해도 어차피 방송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서 아이돌 활동을 할 사람들"이라고. 음악이 힙합인 것과, 정신이 힙합인 것은 별개다. 단순히 랩을 한다는 것만으로 "내가 힙합이다" "니가 힙합이다"며 지난한 싸움을 이어갔다간 무덤 속 재키 로빈슨이 다시 야구 방망이를 들 것이다. 많이 양보해도 리베카 솔닛에게 급소를 세게 맞을 일이다. 신동욱 에디터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5. 5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4. 4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5. 5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6. 6‘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0. 10“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