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어 추어탕

- 가을이면 뱃살에 기름이 가득
- 비린내 잡기위해 된장 풀어야

# 메가리 추어탕

- 부산서 전갱이 새끼 일컫는 말
- 고등어보다 살 탄탄하고 고소해

# 붕장어 추어탕

- 장어 중에서도 비교적 값이 저렴
- 압력밥솥에 넣고 푹 고아야 제 맛


- 생선 삶아 걸러낸 맑은 육수에
- 얼갈이배추·토란줄기 등 넣고
- 방아·땡초 넣는 부산식 조리법

- 여기에 근해서 많이 잡히는
- 메가리·고등어·붕장어로 끓이면
- 구수하면서도 진한 국물 일품
- 시원하면서 깔끔한 뒷맛 개운
- 뜨끈한 바다 추어탕으로 몸보신

가을비가 후드득 흩뿌리고 간 이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 소슬한 날씨로 사람들이 섭취하는 음식 또한 달라지는 계절이다. 제철 음식의 식재료가 바뀌기 때문으로 우리 몸 또한 새로운 계절에 대비하기 위해 적합한 영양소를 요구한다.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 '가을 추(秋)'자의 생선이 눈에 띈다. 미꾸라지(鰍魚)이다. '가을(秋)'에 먹어야 맛있는 '물고기(魚)', 가을 물고기가 바로 '미꾸라지(鰍)'인 것이다.

왼쪽부터 고등어 추어탕, 메가리 추어탕, 붕장어 추어탕.

그래서 가을은 추어탕의 계절이다. 미꾸라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물고기 중에 하나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진흙 속에서도 몇 달을 견디며 거뜬히 살아남는 것을 보면 능히 알 수 있다. 그러하기에 예부터 이러한 미꾸라지의 강인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얻기 위해, '추어탕'을 널리 보양식으로 애용해 왔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추어탕 재료인 미꾸라지가 꽤나 비싼 식재료이다. 그 대신 미꾸라지와 맛과 효능이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바다의 어종을 추어탕식 조리법으로 끓여 먹곤 했다.


특히 고등어는 부산을 대표하는 시어(市魚)이고, 메가리는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던 맛있는 어종이다. 하여 비싼 미꾸라지를 대신하여 지역마다 다양한 식재료로 '추어탕식 음식'을 끓여 먹곤 했는데,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영도를 중심으로 부산 전역에서 끓여 먹었던 '고등어추어탕'을 비롯하여 기장,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메가리추어탕', 낙동강 하구 유역의 '웅어추어탕', 기장의 '방게추어탕' '붕장어추어탕' 등이다.

■다채로워라! 추어탕의 '부산식 변주'

그중 제철의 추어탕식 음식으로는 고등어추어탕, 메가리추어탕, 붕장어추어탕이 대표적이다.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 그 요리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부산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걸러낸 육수에 얼갈이배추, 토란줄기, 숙주나물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맑게 끓여낸다. 여기에 먹는 이의 입맛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방아잎, '제피가루' 등을 넣어 먹는다. 때문에 바다 식재료로 한 '부산의 추어탕식 음식' 또한 이 조리법에 근거하여 만들어낸다.

그 중 메가리추어탕은 맛이 깊고 비린내가 적어 기장 지역에서는 즐겨먹던 음식 중 하나였다. 메가리는 전갱이 새끼를 부산에서 부르는 말이다. 전갱이는 일본에서는 초밥의 귀한 재료로 쓰이는 고급 어종이다.

고등어보다 살이 탄탄하고 감칠맛이 더해, 고급 식재료로 분류되는데 전갱이의 새끼 메가리는 부산 해안에 대량 서식하기에 동네 낚시꾼들의 낚시 대상어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회로 먹거나, 구이, 추어탕으로 만들어 먹는다.

기장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발간한 '기장의 향토음식'에는 기장군의 향토음식 중 하나인 '메가리추어탕'의 조리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우선 메가리를 손질하여 깨끗이 씻은 후 냄비에 메가리와 물을 넣고 푹 고아서 뼈를 발라내고 분쇄기에 간다. 시래기, 토란대, 고사리를 3, 4cm 길이로 썰어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다. 방아잎, 호박잎은 잘게 썬다. 냄비에 갈아 놓은 메가리, 토란대, 고사리, 국 간장을 넣고 끓인다. 먹을 때 제피가루와 양념을 곁들인다. 숙주, 부추, 들깻가루 등을 넣어 먹기도 한다.

■철 따라 깊어지는 맛 고스란히

위 사진부터 고등어, 메가리, 붕장어.

고등어는 가을이면 뱃살에 기름이 가득 차, 더없이 고소하고 맛있어지는 생선이다. 살이 부드럽고 풍성해, 가을이면 조림, 찜, 구이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식재료이다. 고등어는 EPA, DHA 등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함유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성장기 자녀의 두뇌 발달에도 좋은 음식이다.

부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펴낸 '부산의 맛, 그리움 그리고 이야기'에 보면 "흔하면서 가격도 저렴하여 고등어를 활용하여 고등어추어탕을 끓여 먹어 왔다. 조리법은 추어탕과 유사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 조리법은 고등어를 깨끗이 씻은 후 된장 1큰술을 넣고 푹 삶은 뒤 뼈가 없도록 손질한다. 고추, 마늘은 다지고 시래기는 적당히 삶아둔다. 고등어와 시래기, 숙주, 고사리를 고등어 육수에 넣고 간을 한다. 먹을 때 고추, 마늘, 다진 양념과 제피를 넣어 먹는다.

고등어는 씨알이 굵은 놈을 골라야 국물이 진하고 맛도 좋다. 등 푸른 생선인 고등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리법이 동원된다. 된장을 푼다든가, 향신료를 듬뿍 넣는다든가.

붕장어는 부산 칠암을 중심으로 대량 어획되는 물고기다. 어류 중 몸통이 길어 흔히 '장어(長魚)'라고 부른다. 장어 중에서도 비교적 값이 싸 제철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것이 붕장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영양실조와 허약 체질에 좋고 각종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붕장어추어탕 조리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선 붕장어를 손질하여 압력밥솥에 넣고 푹 곤다. 고등어를 체로 걸러 살을 내리고, 여기에다 시래기와 토란줄기, 숙주, 대파, 마늘 등을 넣고 끓여낸다. 먹을 때 입맛에 따라 방아잎과 제피를 넣어 먹는다.

■구수하고 진하고 깔끔한 이 맛!

고등어추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어선다. 추어탕이 상에 오르는데, 고등어살이 군데군데 보인다. 투박한 것이 묵직하다. 배추시래기에 고등어살을 거칠게 갈아 만들었다. 국물을 떠먹어 본다. 구수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시원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깔끔하다.

고등어가 주재료라 비릴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국물 맛이 아침 해장국으로도 좋을 만큼 개운하다. 땡초를 넉넉하게 넣었기에 입안을 도는 매운맛이 얼얼한 기분을 선사하고, 제피의 향긋함이 혹시 있을 잡내를 말끔하게 가셔준다.

단배추의 푸른 잎을 사용했기에 생기는 거친 식감도 좋다. 시래기 한 젓가락 입에 넣는다. 부드러우면서 식감은 아삭아삭하다. 몇 숟갈을 연거푸 떠 마시고 속을 푼 뒤 밥을 몇 술 말아 먹는다. 밥알들이 추어탕 국물에 배여 촉촉하게 뒤섞이며 식감을 자극한다. 반찬으로 나온 푸른 배추김치가 추어탕에 만 밥알과 잘 어우러지며 입속을 흥겹게도 한다.

값싸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바다 생선으로 끓여 만든 '바다 식재료의 이색 추어탕.'

뜨끈한 '바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이 가을 환절기를 맞아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입맛도 돋우고, 길고 긴 겨울도 든든하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