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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빈 철강공장이 하나의 설치예술…생각까지 프린트해 '관객과 호흡'

부산비엔날레 가보니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6-09-04 19:13:5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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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제강 옛공장 활용 전시
- F1963 개별 작품들과 조화
- 혼혈하는 지구 모습 담아

- 네덜란드 파이글作 '양귀비'
- 한국관 '청년작가전' 영상
- 日 원폭희생자 추모作 눈길

부산비엔날레가 지난 3일 개막해 8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개막날 '프로젝트 1'이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과 '프로젝트 2'가 열리는 F1963을 돌아봤다.
4일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에서 관객들이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양귀비' 작품을 보고 있다. 거대한 방수천이 펼쳐지며 우아하게 춤추지만 이면에는 중력 마찰 원심력 간 난폭한 전투가 숨겨져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풀냄새가 자욱한 대나무숲을 지나면 하늘색 타공판으로 옛 공장건물을 감싼 'F1963'이 나타난다. 부산비엔날레 프로젝트 2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이다. 이곳에서는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윤재갑 감독이 기획한 전시가 선보이고 있다. 23개국 56명(팀) 168점의 다양한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철강 제조공장의 뼈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시장 안은 그 자체가 '혼혈하는 지구'이고 '현대미술'이었다. 40년 된 거대한 공장 안의 강한 기에 눌리지 않으려는 듯 천장에선 지름이 7~9m에 이르는 붉은색 방수천이 빙글빙글 돌며 양귀비 형태를 만들고, 초대형 스크린에선 태양의 흑점이 쉴 새 없이 끓어올랐다. F1963의 거친 내부와 높은 천장의 영향으로 대형작품이라 하더라도 개개별 작품이 도드라지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3일 오후 F1963 중정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강연을 한 프랑스 유명작가 '오를랑'. 부산비엔날레 제공
관객이 단순히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직접 참여해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전시장 입구 쪽에 자리잡은 중국 작가 진양핑의 '풍선강타 NO.1'은 사람 얼굴 부위에 달려있는 풍선을 관객이 장난감 총으로 쏘아 터트리도록 만들었다. 과거처럼 독재자나 권력자가 사람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중국 작가 션샤오민의 대형 인터렉티브 설치작품 '당신의 미술사'는 헤드폰과 마이크 각 50개로 구성돼 있다. 관객이 마이크에 자신이 생각하는 미술의 정의를 이야기하면, 컴퓨터가 인식해 프린트로 출력한다. 일반인의 참여로 미술의 정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이남 작가가 구글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혼혈하는 지구'도 흥미롭다. 관객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끼고 가상의 3D공간에서 360도로 이 작가의 작품을 즐기고, '틸트 브러시'라는 가상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평소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보기 어려운 대형작품들도 눈에 띈다.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양귀비'는 천장 모터에 달린 붉은 방수천이 빙글빙글 돌며 꽃처럼 활짝 핀다. 그 크기가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은 구에서 끊임 없이 잉크가 쏟아져 나오는 장재록 작가의 '어나더 랜드스케이프'도 인상적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선 1960~1980년대 한국 중국 일본의 자생적 실험미술인 아방가르드를 조망하는 프로젝트 1이 열리고 있다. 3개국의 큐레이터가 각 국가관을 기획했으며 65명(팀) 148점이 출품됐다. 한국관에선 국내 최초의 퍼포먼스로 알려진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의 영상이 공개됐다. 1970년 '제4집단'이 기성문화를 '장례'시킨 퍼포먼스를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재연한 영상도 볼 수 있다. 단색화 화가로 알려진 하종현 작가의 1970년도 초반 실험미술 작품 3점도 만날 수 있다.

일본관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는 거대한 종이학 무덤 '파빌리온'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국관은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부터 1995년까지의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중요한 작품을 선보인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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