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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학 신작 3선] 바다와 배, 펄떡이는 이야기 세상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9-02 19:24:5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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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모르텐 스토뢰크스네스 지음·배명자 옮김/북라이프/1만4000원
- 노르웨이 그린란드상어 사냥
- 다큐·철학 등 넘나드는 구성

■ 표해록

- 최부 지음/최기홍 최철호 옮김/연암서가/3만 원
- 조선시대 학자 바다 표류기
- 국역본에 답사·연구성과 반영

■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백선희 옮김/무소의뿔/1만3000원
- 16세기 대항해 시대 배경 소설
- 발칙한 신대륙정벌 역사 뒤집기

이번 주에는 '바다와 배'를 제목에 품은 책 세 권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바다'라는 낱말이 주는 자유롭고 망망한 느낌과 '배'라는 단어가 뿜는 낭만적이고 굳건한 이미지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펼쳐 들고 살펴보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들 책 세 권은 어떤 식으로든 바다와 배를 품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지향과 개성이 다르다. 그냥 다른 것도 아니고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본 것은 바다와 배를 갖고 이토록 다채롭고 깊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음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부산은 해양문학과 해양문화에 관심이 높은 도시이지만, 어딘지 상당 기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 해양문학 영역에서는 '해양'이 갖는 특수성(새로움)과 '문학'이 지녀야 할 보편성을 조화시키지 못해 지평을 넓히는 데 애를 먹는다. 이들 책 세 권은 이런 상황에도 충분히 참고가 될 것 같았다.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범선
노르웨이의 작가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의 논픽션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은 실제로 노르웨이의 바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그린란드상어를 잡는 이야기다. 언뜻 흔한 '자연다큐'가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 법한데 천만의 말씀.

저자는 차가운 바다를 떠다니며 친구 후고와 함께 그린란드상어를 쫓는 동안 온갖 이야기, 갖은 장르를 풀어낸다. 해박하고 치밀한 지식에 바탕을 둔 생태 다큐멘터리로 가는 듯하다가, 인간의 실존 고독 환희를 그리는 문학작품의 높은 아름다움도 선사한다. 그러다 철학적 사유의 바다로 독자를 이끈다. 이 모두를 매우 높은 단계에서 해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바탕을 둔 감각의 세계와 높은 전문성에 기반한 지식의 세계에서 모두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21세기 소설가의 운명이라 할 때, 스트뢰크스네스의 글은 좋은 대응방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중국 저장성 임해시에 세워진 표해록의 저자 최부 선생의 사적비.
고 최기홍 씨는 '표해록' 연구의 선구자이다. '표해록'은 조선시대 학자이자 관리였던 최부가 제주도에서 뭍으로 배를 타고 오다가 태풍을 만나 중국으로 표류하고,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과정에서 보고 배운 것을 쓴 기행문학이다. 최기홍 씨는 한학자로서 '표해록'을 최초로 국역했다. 차남 철호 씨는 선친의 뜻을 이어 중국 당국을 설득해 중국내 두 곳에 최부 기념비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최기홍 최철호 씨 부자의 이름으로 새롭게 번역한 표해록이 최근 나왔다. 최기홍 씨가 타계한 뒤로도 줄곧 이어진 답사와 연구의 성과를 반영하고, 이전 책의 오역과 오자를 바로 잡았다. 기행문학의 위대한 작품 '표해록'을 다듬고 다듬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바다와 배'의 범주에 넣기가 약간 애매한 책이 장편소설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이다. 프랑스 신예 소설가 멜라니 사들레르가 27세 때 영감을 받고는 3주 만에 탈고한 작품이다.

사들레르는 소설을 빌려, 경쾌하게 역사를 비튼다. 스페인 장군 코르테스가 16세기에 신대륙의 아즈텍 제국을 싸그리 멸망시켰다는 것이 역사의 정설인데, 이걸 "사실은 그때 아즈텍 왕족 청년이 배를 타고 몰래 유럽으로 도망쳤는데…"라는 이야기로 뒤집는다.

대항해 시대를 무대로 발칙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힘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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