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7일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은 스파이 영화답지 않게 등장인물의 인간적인 교감과 번뇌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경찰은 나쁘고 독립군은 선이라는 뻔한 구도로만 그리지 않는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의 연기는 믿고 볼 만하다. 이정출은 스파이이면서도 동료의 죽음 앞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다. 동료를 팔아먹고 조선총독부의 경무국 경부 자리까지 오른 그는 상부의 지시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김우진에게 접근했다가 오히려 회유당한다. 생존을 위한 출세와 변절자로서의 죄책감과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끊임없이 번민한다.
송강호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정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김우진 역을 맡은 공유도 후반으로 갈수록 카리스마 넘치고 강직한 의열단 리더 역을 소화하며 '연기가 되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이정출과 함께 충성 경쟁을 벌이는 또 다른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지운 감독은 "혼돈의 시대에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인물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정출'의 심리적 변화에 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본 경찰과 의열단의 쫓고 쫓기는 상황이 의외로 허술하게 전개되는 점은 아쉽다.
일본 강점기 경성거리와 경성역을 재연하는데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러나 때로는 세트임이 티가 날 정도로 영화 속에 완전히 밀착되는 느낌은 아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9월 7일 국내 개봉하는 '밀정'은 해외에서는 이미 호평을 받고 있다.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과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첫 한국영화 투자작품이기도 하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