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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닿은 한국사회의 냉혹한 현실

오영이 두 번째 소설집 발간…'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  |  입력 : 2016-08-21 19:12:0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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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관보단 불편한 진실 그려

오영이(사진)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산지니)을 펴냈다. 이 소설책에는 표제작인 단편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을 비롯해 '황혼의 엘레지' '마왕', 중편 '핑크로드'가 실렸다. 오영이의 소설에는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힘 같은 게 내장돼 있다. 이는 소설가에게 성능 좋은 무기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 한정해서 그의 작품세계를 보면 가난한 채로 늙어가는 인생, 연인의 순애보 같은 사랑, 가난한 이에게 허용될 법한 희망 등에 관해 오영이 소설가는 낭만적인 낙관주의를 허락하지 않는다. 냉혹한 현실을 냉혹하게 그린다. 쉽게 손에 들어오는 희망이란 없다.

당신이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을 펼쳤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일 것이다. 푹 빠져서 끝까지 읽거나, 불편해하거나. 매력과 불편함이 교차하는 이 소설집에서 표제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매력 요소가 확실히 더 크다. 다 읽고 나서, 이 소설이 더 이어지지 않고 이렇게 짧게 끝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이 작품은 사물이 주인공이다. 독일 베른데스사(社)에서 태어난, 벌집 모양으로 다이아몬드 코팅 처리가 된 삼중바닥 프라이팬이 바로 그 사물이다.

독일은 한때 한국 광부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해가며 탄을 캤던 나라다. 거기서 태어난 프라이팬은 한국으로 수출된다.

프라이팬은 수험생이 사는 중산층 가정으로 팔려갔다가, 부잣집 딸과 사귀는 가난한 청년의 손에 들어가고, 이어 폐지를 수집하며 연명하는 극빈층 할머니의 품에 안긴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이 목격한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수십 년 전 독일 광산에서 한국 광부들이 그토록 애타게 캐내려 했던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오영이 소설가는 그 모습을 흡인력 강한 문체로 풀어낸다.
'마왕'도 강렬한 단편이다. 쇼핑을 하면 잠깐이나마 기분이 고양되고, 삶의 주인이 된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나쁜 쪽으로 굳어버린 게 쇼핑중독이다. 심각한 쇼핑중독은 당사자에게도 치명적이지만, 관계를 파괴하고 타인의 삶도 망치기 십상이란 점에서 개인 문제가 아니다. 유년 시절 정신적 상처와 사회에서 체험한 압박감이 겹쳐 쇼핑중독에 빠져든 젊은 여성 앞에 조건 없는 고귀한 사랑을 바치는 남성이 나타난다. 그 고결한 사랑은 여성을 구원할 수 있을까. 쇼핑중독을 소재로 우리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려낸, 인상 깊은 단편이다.

'황혼의 엘레지'는 생존을 위해 추해지는 노년을 그리고, 중편 '핑크로드'에서는 급기야 사회적 금기인 근친의 애정행각과 파멸을 다룬다. 조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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