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악3호분 등 컬러 도판 한눈에
- 전호태 지음/돌베개/3만5000원
울산대 전호태(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그간 저서를 많이 펴냈는데 이 가운데 제목에 '고구려' 또는 '고분' 또는 벽화'라는 낱말이 들어갔거나 이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 책을 추려보면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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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동(옛 지명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에 있는 덕흥리벽화분의 벽화. 유주 자사 진이라는 인물이 앉아 있고 13군 태수가 그 곁에 도열해 있다. 돌베개 제공 |
'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 '중국 화상석과 고분벽화 연구' '고구려 고분벽화 읽기'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여행' '비밀의 문, 환문총' '고구려 사람들은 왜 벽화를 그렸나요?' '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
사실은 책이 더 있지만, 이쯤만 살펴도 전 교수의 전문 분야와 연구 열정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도 기획하고 감독해, 국내외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열었다. 최근 것으로는 2012년 문화유산 보존 활동의 상징이자 심장부인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 '고구려' 전시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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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황해남도 안악군 오국리 안악3호분의 주인(위 사진)과 그의 아내를 그린 벽화. |
고구려 벽화고분은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전 교수가 지난 30여 년 연구해 얻은 결실을 담은 책이다. 또한, 저자가 연구의 초점을 심화하고 확대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지금까지 고분에 있는 '벽화'라는 의미에서 고분벽화라는 표현을 많이 썼던 저자는 이 책의 표제를 '벽화고분'이라고 했다. 벽화가 있는 '고분'을 강조하면서 더욱 깊고 종합적인 연구로 나아감을 보여준다.
"고구려 시대, 고구려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고분벽화. 그 벽화를 담은 구조물인 벽화고분은 우리와 고구려 시대와의 대화를 위한 가장 귀중한 통로이다." 저자가 책머리에 밝힌 고구려 벽화고분의 가치이다.
이 책은 지금껏 파악된 고구려 고분 121기 가운데 벽화고분 10기를 10기 세밀하게 다뤘다.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분(이상 초기), 안악2호분, 수산리벽화분, 쌍영총, 삼실총, 장천1호분(이상 중기), 개마총, 진파리 1호분, 통구사신총(이상 후기)이다. 그리고 각 고분의 벽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컬러 도판을 무려 316장 실었다. 이 자체로 한국미의 뿌리와 원형을 느끼게 하는 교양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리고 시기별 벽화고분이 갖는 의미를 살피고 밝힌다. 초기의 벽화고분에 해당하는 안악3호분은 무덤의 주인 '동수'를 그린 인물도와 250명 넘는 인원을 그린 행렬도 등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다방면 연구로 "이 벽화 제작을 담당한 이들이 원(原) 고구려인이 아니라 낙랑계이거나 북중국에서 흘러든 한인(漢人) 화가일 가능성을 고려하게 한다"(55쪽) 밝힌다.
중기와 후기로 가면서 이런 추세는 완연히 달라진다. 장수왕 통치기를 전후한 5세기 중·후엽 도읍을 평양으로 옮긴 뒤 고구려는 전성기를 맞는다. 이때의 벽화에는 고구려의 독자성과 고유성이 완연히 드러난다. 유명한 쌍영총이 5세기 후반 불교문화가 풍미한 고구려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잘 보여주는 사례 등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벽화고분의 세계를 따라가 보면, 고구려의 벽화고분이 고구려 사회상과 맞물려 시기별로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된다. 줄곧 묻혀있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굴됐지만,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는 중국 일대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 방법 마련이 시급함도 알게 된다. 한국미(美)의 뿌리를 보여주는 멋진 미술서이자 교양서라는 점만 해도 이 책은 매력 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