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1. 퓨지스의 2집 정규앨범 'The Score' 앨범 이미지.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1994년 데뷔한 혼성 그룹 퓨지스(Fugees)는 첫 앨범 가 실패하자 곧장 다음 앨범을 준비했다. 다행히 퓨지스의 데뷔 앨범을 제작한 러프하우스 레이블(Ruffhouse Records)은 데뷔 앨범 하나 실패했다고 흔들릴 곳은 아니었다. 퓨지스는 러프하우스 레이블 대표 크리스 슈왈츠(Chris Schwartz)와 조 니콜로(Joe Nicolo)에게서 앨범 제작비 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를 받아 악기와 녹음 장비를 샀다. 또 멤버 와이클레프 장(Wyclef Jean)의 친척 집 지하실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다음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사진 = 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헨리 라미레즈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이 'Ready Or Not'이다. 헨리 라미레즈 트위터)
꼭 들어봐야 할 팝송 100곡에 손꼽히는 퓨지스의 두 번째 앨범 은 그렇게 탄생했다. 'Ready Or Not'은 이 앨범 세 번째 트랙에 수록된 타이틀곡이다. 타이틀 곡 제목 그대로, 퓨지스는 자신들의 2집 준비에 대해 떳떳해도 될 성과를 거두었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600만 장, 세계적으로 1800만 장이 팔렸다. 또 앨범은 1997년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랩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 각국의 음악 매체들도 이 앨범을 '올해의 앨범'으로 꼽았다. MLB 올스타 3회 선정에 빛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헨리 라미레즈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 바로 'Ready Or Not'이다. 여담이지만 헨리 라미레즈는 이 음악을 쓸 자격이 있다. 호타준족의 훌륭한 내야수다. 비록 지난 4일(한국시간) 손목 부상을 당해 'Not Ready' 신세가 됐지만.
퓨지스의 'Ready Or Not'. 비장한 사운드 위 무심하게 흐르는 랩을 들어보자.)
퓨지스의 전신은 본래 1987년 당시 뉴저지에서 같은 고교 재학 중이던 로린 힐(Lauryn Hill)과 프라즈(Pras)가 주축이 되고 와이클레프 장이 합류하여 결성한 더 트랜즐레이터 크루(the Tranzlator Crew)이다. 더 트랜즐레이터 크루에서 와이클레프 장은 키보드를, 로린 힐은 기타, 프라즈는 베이스를 연주했다. 이 3인조 밴드는 1993년 메이저 레이블인 러프 하우스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퓨지스로 활동한 건 이때부터다.
(사진 = 퓨지스의 데뷔 앨범 〈Blunted On Reality〉 앨범 이미지. 아마존 제공)
퓨지스라는 그들의 팀명은 본래 난민들을 의미하는 'refugees'를 줄인 말이다. 미국 내에서는 보통 아이티에서 미국으로 이민했거나 하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퓨지스는 1집에 이어 에서도 흑인,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하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과격한 언사를 어느 정도 유지했다. 그러나 2집에서는 긍정적이고 밝은 노랫말의 비중을 높이고 부드러운 틀의 음악을 다수 마련해 청중을 향한 접근성을 강화했다. 그래도 약간 어두운 건 이들의 태생적 배경과 분위기 때문이리라.
(사진 = '언프리티 랩스타' 방송 캡처)
지난 달 29일 첫방영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 진행을 맡은 양동근이 자기소개 싸이퍼를 제안했다. 이윽고 흘러나온 비트는 시청자들의 귀를 한 번에 사로잡았다. 자막을 통해 'Ready Or Not-퓨지스'라는 설명이 뜨자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을 검색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방송에 출연한 래퍼 하주연은 비트 위에 놀란 표정을 먼저 실었다. "이 노래, 너무 좋아"라는 감탄이 그 뒤에 따라왔다.
양동근의 비트 초이스는 탁월했다. 양동근은 퓨지스의 입을 빌려 "준비되었느냐"라고 물었다. 준비된 래퍼와 준비되지 않은 래퍼는 바로 그 다음 순간부터 명확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지난 방송에서 'Not Ready'였던 멤버들이 'Ready' 되어 있을지는 오늘(5일) 방송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사진 =Ready Or Not. 자이언트 핑크는 완벽히 'Ready' 였지만, 나다와 케이시는 앱솔루틀리 'Not'이었다. '언프리티 랩스타' 방송 캡처)
안타깝게도 이제는 완전체 퓨지스를 볼 수 없다. 솔로 프로젝트 이후 멤버들은 다시 붙지 않았다. 멤버 간 불화설이 있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뛰어난 기량으로 음악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로린 힐은 한 장의 정규 앨범만 발표한 채 공연 위주로 활동 중이다. 프라즈는 연기와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2010년 아이티 대통령 선거 후보에 출마하려 했던 와이클레프 장은 얼마 전부터 다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Ready Or Not'을 들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같은 앨범의 'Killing Me Slowly'도 추천한다. 그야말로 천천히 죽여주는 음악이다. 신동욱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