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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서 칩거 7년, 美와 예술가의 본질을 묻다

유익서 새 소설집 '고래 그림 비', 미학적 사유 8편의 신작 수록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7-17 18:49: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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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 암각화 도전적 해석 등
- 추구해야할 예술적 가치 탐색

한산도로 들어간 지 7년, 소설가 유익서는 여전히 싱싱하고 생생한 질문을 소설 속에 장전한다. 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소설을 쓴다.
모두 296점의 그림이 최종 확인된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다시 조각한 그림. 국제신문DB
질문의 핵심은 이것이다. "아름다움(美)의 본질은 무엇인가? 예술가란 누구인가?" 유익서 소설가 자신이 일관된 태도로, 필생의 주제의식을 부여잡고, 숙명처럼 소설을 쓰는 삶을 실천해왔다. 그런 만큼, 미와 예술가에 관한 질문은 소설가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유익서 소설가가 새 소설집 '고래 그림 비(碑)'를 산지니출판사에서 펴냈다.

1945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부터 문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인간 회복을 지향하는 선명한 작품세계를 지닌 소설가로 활약했고, 모교인 동아대 문예창작과에서 후진을 길렀던 유익서 소설가는 올해 70세가 됐다. 100세 시대인 요즘 '어느새 칠십 세'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문학 이력을 보면, 살짝 '놀랄 일'이 있다. 그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면서 소설가가 되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기준으로 하면, 그는 올해 등단 42년을 맞았다. '무려 42년'이라 표현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긴 세월이다. 한국 문단에 등단 40년을 넘기고도 싱싱하게 작품활동을 잇는 소설가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런 연륜에 유익서 소설가가 보여주는 일관되고 깊은 주제의식이 더해지면서 소설집 '고래 그림 비'를 낳았다. 수록 작품 8편은 다채로운 파노라마를 보여주는데, 주제는 '아름다움의 본질' '예술가란 누구인가' '불변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신과 행위의 높은 가치'에 집중된다.

표제작 '고래 그림 비'는 유익서 소설가가 생각하는 예술혼의 근원, 예술의 자리를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 투영한 단편이다. 고고학 연구자의 길을 걷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이 분야는 돈도 크게 안 되고 일자리도 제대로 없다는 현실에 두 손을 들고 마는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이름이 풍이다)은 '반구대 암각화는 제사를 지내고 풍요를 기원하던 곳'이라는 기성 학계의 해석에 동의도 공감도 하지 못한다.

체력이 약하고 사냥기술은 떨어져 경제활동 면에서는 부족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데는 탁월한 능력과 애착이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가 온갖 자기희생을 이겨내고 남긴 것이 반구대 암각화라고 풍은 주장한다. 여기서 예술이 이런저런 데 끌려다니는 장식품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와 생명력을 갖는 독립 장르로 출발했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레닌의 왼발'에서는 클래식 음악, '바리데기 꽃등'에서는 통영의 승전무와 종이꽃(수팔련), '수선화의 방'에서는 책, '1000년 그림'에서는 1000년 동안 변치 않을 옻칠그림으로 표현되는 예술적 이상이 등장한다.

이렇듯 다채로운 파노라마를 펼치면서도, 작가의 질문은 '삶과 미와 예술의 본질과 관계'라는 주제의식을 정확히 겨냥한다.

유익서 소설가는 7년 전 경남 통영시의 섬 한산도로 이주해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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