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자의 욕망 힘찬 몸짓으로
- 본적없는 레퍼토리에 "신선"

신임 예술감독 김용철의 손에 부산시립무용단이 변신했다. 지난 14일과 1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예술감독 취임·정기 공연 '업경대'는 시립무용단 역사상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었다. 명확한 이야기 구조와 적절한 음악, 화려한 춤사위 등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시립무용단과 객원 춤꾼 60명에게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을 관람한 지역 춤꾼들과 평론가들도 호평 일색이었다.

	지난 1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부산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업경대'가 끝난 뒤 김용철 예술감독과 서정숙 훈련지도자가 춤으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민근 제공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새로운 팸플릿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단원마다 배역에 맞는 다양한 표정이 담긴 새로운 프로필 사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망자와 저승으로 망자를 이끄는 영혼들의 몸짓이 펼쳐졌다. 또 망자의 살고자 하는 욕망의 무게가 에너지 넘치는 남성 군무로 표현됐다. 이후 누구나 죽게 된다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지워진 자를 위한 난장'이 펼쳐졌다. 마침내 이승과 작별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망자의 모습과 마지막 죽음의 한을 풀어주는 화려한 축제의 향연에 일부 관객은 눈물을 흘렸다.

춤 웹진 권옥희 춤비평가는 "업경대는 부산시립무용단의 전작들과 다른 매우 모던한 작품"이라며 "지금까지 보인 레퍼토리에서 본 적 없는 것을 선보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시립무용단은 그동안 한국 전통춤에 주력하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그 역할을 맡으며 한국 창작 춤을 시도해 왔다. 그중 김용철 감독이 부임하며 올린 이번 공연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가장 뜨겁고 평론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배김새 전 대표 하연화 씨는 "단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들었는데 보기에도 살도 많이 빠졌다"며 "그런 노력 끝에 작품을 잘 소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립무용단 단원 강모세 씨는 "평소 추던 춤과 다른 새로운 춤을 소화해야 하니 단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며 "김 감독은 '춤꾼이 고통스러워야 관객이 기뻐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습하며 어느 순간 새로움에 대한 벽이 사라지고 작품에 흡수됐다"고 밝혔다. 강 씨는 또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로부터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앞으로 공연을 더 잘해야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부산대 명예교수 겸 민족사학연구소 소장인 채희완 비평가는 "부산시립무용단 공연뿐 아니라 전국 다양한 무대를 통틀어 창작 안무 완성도가 높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공연이었다"고 극찬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