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 없을 것같은 기념품 쇼핑이 왜 필요할까
- 여행을 가면 왜 꼭 친구와 싸울까
- 나같은 사람은 여행가서 뭘 해야 할까
- 짐승같은 여행자, 수도승같은 여행자…난 어느 쪽?
- 그런데 말이지 여행은 정말 좋은 걸까
머리로 하는 이성적인 공부가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적인 쾌감을 방해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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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헬싱키의 번화가 한복판을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북유럽은 활기차고 번잡한 동남아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히 여행할 수 있어 최근 많은 여행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
"여행 가기 전에 여행지에 관한 책을 왜 그렇게 많이 보니? 그냥 딱 가서 가슴으로 느끼고 오면 되지" 같은 친구의 타박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이런 주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사랑이라는 게 불꽃처럼 화르륵 타올라야 멋있는 거지. 뭐? 사랑을 놓고, 사랑에 관한 공부를 한다고? 머리로? "
그냥 딱 가서 느끼는 여행이 됐든 사전에 여행지 지식을 꽉꽉 채워서 가는 여행이 됐든, 불꽃처럼 화르륵 타오르는 사랑이든 공부해가며 하는 사랑이든 취향의 문제이므로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헷갈려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이성적) 공부는 (감성적) 감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훨씬 깊게 해준다'는 엄연한 진실이다.
젊은 심리학자 김명철이 쓴 여행의 심리학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매우 새롭고 알찬 책이다. 이 책 '여행의 심리학'이 불현듯 일깨워주는 게 있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왜 그동안 여행지 정보가 아닌 문화의 한 장르로서 '여행 그 자체'에 관해서는 알아볼 생각, 읽어볼 계획, 공부해볼 마음이 없었던 걸까?
저자 김명철은 서울대 학부에서 서양사와 심리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머리말에 밝힌 자기소개에 따르면, 그는 나이 스물아홉에야 첫 배낭여행을 떠난 이 분야의 늦깎이인데 그 첫 여행 뒤로 '늦게 배운 도둑질'의 맛을 알아버린 듯하다. 틈과 돈만 생기면 여행을 떠나 합쳐서 1년5개월, 12개 나라를 떠돌았다.
바로 이 두 가지 조건, 저자가 여행자이자 심리학자라는 점이 '여행의 심리학'이라는 꽤 호감이 가는 책을 낳았다. 여행과 심리학이 결합하자, 그간 막연했거나 아예 던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질문을 체계 있게 하고 이에 관한 답변을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이 책의 단원에는 '나는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은 정말 좋은 것일까' 같은 것이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성격 테스트, 여행에 관한 기존 심리학적 연구 성과, 저자 자신의 여행체험 등을 합쳐서 활용한다. 여행을 떠나는 동기에 관해 심리학의 '접근-회피 동기'를 활용해 설명하거나, 성격유형에 따라 여행을 분석하자 여행이라는 장르가 더 잘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도 갖게 된다.
'쓰지도 않을 기념품 쇼핑이 정신 건강에 좋은 이유' '여행에서 화가 치미는 순간들 & 여행자 대상 사기 범죄에 대처하는 법' '먹방 여행을 떠나면서도 라면과 김치를 싸가는 이유' '성격과 취향이 달라도 싸우지 않는 관계의 법칙' 같은 흥미로운 꼭지도 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겪은 여행의 체험이 풍성하다. 재치있고 솜씨 좋은 글도 매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여행정보 검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행과 나'라는 주제를 놓고 여행이라는 장르 자체를 공부하고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인상 깊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