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살맛나는 사회 위해 먼저 낮추고 배려하세요"

천주교 부산교구 손삼석 보좌주교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7-08 19:20:52
  •  |  본지 1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청렴 성직자 프란치스코 교황
-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삶 아냐
- 특권 내려놓기 결단·의지에 달려
- 가진 사람이 더 내놓는 문화돼야

- 어렵지만 진정한 용서 베풀길
- 장인의 수작업 같은 사랑하라

"2013년 3월 13일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단의 선거회)에서 마침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선출됩니다. 그렇게 결정이 난 순간 곁에 있던 절친한 친구 후메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하죠.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때의 체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 말이 여기에(머리에) 들어왔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손삼석 보좌주교가 "살맛 나는 사회를 만들려면 이기적 유혹을 경계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shkim@kookje.co.kr
천주교 부산교구 손삼석 보좌주교를 만나 뵙고 우리 사회와 우리 삶에 관한 의견과 조언을 청했다. 이렇게 하기로 한 이유 가운데는 최근 개원한 제20대 국회도 있었다. 국민을 위하겠다며 호기롭게 출발은 했는데, 아직 못 미더워하는 국민이 많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놓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므로 이럴 때는 그들의 초심이 오래가도록 진심 어린 조언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천주교 부산교구청 집무실에서 손삼석 주교의 말씀을 청해 들었다. 질문은 자연스레 '처음' '시작' '초심'에 관한 것으로 시작했고, 주교님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작'을 회상했다.

"그해 3월 13일의 콘클라베에 이어 3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즉위 미사를 집전하셨죠. 그 미사 때 하신 강론은 이렇게 압축됩니다.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특권 내려놓기는 과연 어려운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강렬한 감동으로 가슴을 뚫고 들어와 온몸을 물들인다고 많은 사람은 털어놓는다. 그 힘은 본인이 세운 뜻과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살아내는 데서 나온다. 손 주교는 "그분은 교황이 되시기 전부터 가난하게 살았고, 호화로운 관사를 처분한 뒤 자그마한 아파트를 빌려 검소하게 생활했으며, 식사 준비는 직접 하시고, 기사 딸린 전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청렴하게 정치하기' 같은 주제를 정해 토론하고 모색하는 모습을 얼마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이렇게 하자, 그렇게 못 한다'며 이마저 정쟁 속으로 끌고들어가는 모양새다. 손 주교는 "교황님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분도 아니며, 교황이 되신 이후 갑자기 특별한 은사를 받아서 그리되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주교가 들려준 이야기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정책이나 특권을 내려놓는 일이나 결단과 의지에 달린 일이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고 불가능한 문제가 아님을 조용히 웅변했다. "경제는 어렵고, 사회적 강박증은 심해지고, 이기주의가 강해진 만큼 배려는 낮아졌다. 이런 우리 사회 모습에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손 주교는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더 살맛 나고 신명 나는 사회로 가꾸려면 각자 자기를 낮추고,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임은 안 지고 혜택만 보겠다는 이기적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하고, 가진 사람이 먼저 더 내놓는 문화를 가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르나르딘 추기경의 삶

손 주교는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성서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부산가톨릭대 신학대 교수로 학생을 가르쳤으며, 이 대학의 총장으로 6년 동안 일했다. 성직자로서 그리고 신학자로서 언제나 책을 가까이 두고 열심히 읽었을 주교님께 책에 관해 물었다.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손 주교가 권한 책은 1996년 선종한 미국의 J. J. 베르나르딘 추기경이 남긴 '평화의 선물'(강우식 옮김·바오로딸 펴냄)이었다. "베르나르딘 추기경은 아주 명성이 높았고, 널리 존경받았어요. 그런데 1993년 스티븐 쿡이라는 신학생이 베르나르딘 추기경한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합니다."
미국 언론은 추기경을 물어뜯었고, 명예는 사라졌으며, 극심한 고통이 시작됐다. 베르나르딘 추기경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음이 결국 밝혀지지만, 이 사건은 그에게 파멸에 가까운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추기경님은 자신을 무고한 이 청년을 찾아갑니다. 무고 사건 이후 에이즈에 걸린 채 형편없는 삶을 살던 그 청년을 추기경은 진정으로 용서하고 병자성사까지 집전하십니다. 그 청년 또한 하느님의 아들로 거듭나지요."

이렇게 겨우 몸과 마음을 추스리자마자 베르나르딘 추기경은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충격과 혼란 속에서도 병세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암 환자를 위한 사목 활동에 애썼는데 이번에는 간암이 찾아왔다. 짧은 책자인 '평화의 선물'은 이런 삶 속에서 베르나르딘 추기경이 하느님을 만나고 사랑과 용서의 힘을 깨닫고 베푸는 내용이다.

"진정한 용서? 참 어렵겠지요.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할 힘을 주셨습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마흐메트 알리 아그카를 그가 복역하던 교도소로 찾아가 진정으로 용서하셨지요."

용서에 관한 말씀을 들었으니 사랑도 여쭤보았다. "주교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사랑에는 장인(匠人)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랑을 이룩하는 것은 수(手)작업이며…'라고 하신 말씀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그런 수작업 같은 사랑을 안 기다려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손 주교의 답변은 참 시원했다. "올바른 상대방이라면 수작업 사랑을 당연히 바랄 것이고 그 사랑을 잘 받아들일 것입니다." 믿음을 갖고, 흔들림 없이 사랑하라는 말씀이었다. 수작업으로.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설탕 제국주의 : 해양공간의 교류가 만든 일상의 변화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박병민의 춤 사진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위기 이겨낸 기업…비법은 직원 기살리기
새 책 [전체보기]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힐러리 맨틀 지음·박산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자살에 이르게 한 심리흔적
현실에서 음악가로 산다는 것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木印千江 꽃피다-장태묵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아이가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마루나무비 /박옥위
샛별 /정애경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2016 이민배 본선 4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상업영화 후퇴·독립영화 약진…‘뉴시네마의 여명’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가족갈등·가난, 우리 시대 청춘들 삶의 생채기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5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虛壹而靜
致虛守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