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가족이 수상하다' 12일 첫 선
- 극단 전위무대 전승환 대표 연출
- 따뜻한 집 다뤄 재미·감동 예고

"태규야! 지금 태규는 모든 걸 정리하고 온 거야. 집에 들어올 때 눈빛부터 희망을 주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 손가락 하나까지 의미가 있는 게 연기야."

	지난 30일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연습실에서 연극 '그 가족이 수상하다'의 딸 진주(김은옥)가 아버지 엄일탁(황창기)에게 호신술 시범을 보이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아들 태규 역을 맡은 배우 전현준에게 전승환(73) 연출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전 연출가는 직접 대사 시범까지 보인다. 손자뻘인 배우는 '호랑이 선생님'의 지도를 고스란히 흡수해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 12일 막이 오르는 부산시립극단 정기공연 '그 가족이 수상하다'(김태수 작)의 연습이 한창인 부산문화회관 극단 연습실 풍경이다.

올해 시립극단 정기공연의 테마는 '부산 연극 역사의 힘'이다. 지난 3월 허영길(76) 연출가에 이어 전승환 연출가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전 연출가는 창단 50년이 넘은 극단 전위무대 대표이지만 시립극단과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시립극단 공연인 만큼 부산 시민 누구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며 "가족 간의 갈등 화해 사랑을 그려 청소년 부모 조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다"고 했다.

그 가족이 수상하다는 군부대 인근에 사는 원사 출신 엄일탁의 가족 이야기다. 옷가게를 하는 큰 딸 진주, 엄마의 죽음을 아버지의 탓이라 생각하며 집을 나간 아들 태규, 일탁네 셋방살이하는 오태양 대위, 일탁의 친구인 치킨집 사장 양춘식 등이 등장한다.

극은 도입부터 아버지와 딸의 '케미'(화학작용을 일으키듯 잘 어울린다는 뜻)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 같다. 아버지는 고집불통인 성격 탓에 독불장군의 준말인 '엄장군'이란 별명이 붙었다. 여전히 집을 군대처럼 생각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군부대 기상나팔 소리에 딸을 깨운다. 툴툴대면서도 아버지 말이라면 결국 따르고 마는 진주. '군인의 딸'답게 '전방에 5초간 함성 발사'나 체조, 호신술을 한다. 딸 역의 배우 김은옥은 "진주는 장녀로서 엄마 역할을 하면서 씩씩하게 열심히 살고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딸이다"며 "아버지 생각이 나서 엄일탁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아버지 역의 배우 황창기는 "요즘 어두운 사건사고가 많은데, 소중한 가족을 잇는 사랑의 끈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 장면만은 꼭!="아버지 신고합니다. 엄장군 엄일탁의 아들 엄태규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준사관의 명을 받았습니다. 이에 아버지의 아들로서 나라에 충성하고 건강하게 돌아올 것을 신고합니다." 철없는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의 대사는 원래의 희곡에는 없던 것이다. 방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 연출가가 써넣었다. 그는 "정체성이나 삶의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개인으로서,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찾은 태규의 모습을 통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12~16일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균일 1만 원, 문의 (051)607-3107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