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조니 탄생 150주년 연주회
- 2013년 협연 후 부산 첫 독주

- "역사 아울러 핵심 찾는 부조니
- 우리도 그처럼 넓은 시각 필요
- 마음의 문 열린 만큼 들릴 것"

이름만으로도 음악이 되는 백건우(70), 그가 부산을 찾는다.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손길,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 진중한 성품이 묻어나는 서정적인 피아니즘, 포레 베토벤 리스트 등 여러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하며 그들의 세계에서 온전히 살아내는 연구 등 그를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게 한 수많은 연주가 있었다.

	다음 달 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페루치오 부조니 탄생 15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갖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산문화회관 제공

백건우는 다음 달 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페루치오 부조니 탄생 150주년 기념 연주회를 한다. 2013년 부산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후 부산에서 갖는 첫 독주회이다. 프랑스에 있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들었다.

백건우는 세계적으로 부조니를 기리는 피아니스트는 흔하지 않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백건우와 부조니의 인연은 이탈리아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건우는 부조니의 제자였던 귀도 아고스티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부조니의 음악 세계를 접했다.

그 이후 부조니가 쓴 글을 읽고 차츰 그를 이해하게 되면서 피아니스트, 교육자, 작곡가로서의 귀중한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보통 작곡가들은 시대에 맞는 곡을 쓰거나 시대적 흐름에 자기 위치를 보는 음악을 쓰는데 부조니는 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 자체를 하나의 음악으로 보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시대를 넘나들며 음악의 핵심을 찾아내려는 넓은 시야를 소유한 음악인이죠. 아마 그것이 저를 부조니에 가깝게 한 것 같습니다." 백건우는 한국, 스위스, 중국, 체코, 헝가리 등 세계 곳곳에서 부조니를 기념하고 있다. 백건우가 극찬하는 부조니는 '백건우야말로 새로운 부조니가 아닐까(미국 음반 잡지 팡파르)'라는 말로 백건우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그는 "과분한 찬사인데 그만큼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지역적으로 사상적으로 좁은 생각에 갇혀 있다"며 "우리는 언제쯤 부조니처럼 폭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에서 백건우는 부조니의 대표적인 작품을 연주한다. '엘레지 BV249 中 제2곡 이탈리아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따른 환상곡 아버지의 추억에 부침 BV253' '엘레지 BV249 中 제4곡 투란도트의 규방 (간주곡)' '소나티네 제6번 카르멘에 의한 실내악 환상곡 BV284'이다.

특히 그는 부조니의 음악 언어가 바흐와 상통하는 게 있다"며 "아버지를 떠올리며 부조니가 쓴 바흐에 의한 환상곡, 오페라를 압축시켜 편곡한 소나티네도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부조니 외에도 라벨, 드뷔시, 쇼팽 작품을 이어 연주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그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진실한 연주를 다짐한다고 했다. 청중들이 좋아하는 곡,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곡이 아닌 연주자가 정말로 표현하고 싶은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진실한 연주가 흔하지 않아요. 연주자는 음악회를 할 때마다 진실한 곡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본인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해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청중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넓은 수용의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만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마음의 문이 더 많이 열려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들릴 겁니다." 입장료 2만~12만 원. 문의 (051) 607-6065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