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초등학교 열혈 야구부 주장 한동구
- 야구 대한 열정과 진학 고민 함께 그려
- 아빠 반대·4번 타자 뺏기는 좌절 겪으며
- 승리 위해 '견디는 힘' 필요하단 것 배워

"쌔리라, 넘가뿌라"(때려라, 넘겨라) "야! 니 단디, 못하나!"(야, 너 제대로 못해?)
쩌렁쩌렁한 응원과 질타가 난무한 부산 구천초등학교 야구부. 이곳에서 주장이자 4번 타자인 한동구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는다. 변해가는 상황과 사람들 속에 난생처음 야구가 무서워진 것이다. 책 '플레이 볼'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겪는 문제를 동시에 그린다. 그 나이 때 누구나 고민할만한 이야기에 공감이 갈 뿐 아니라 실감 나는 야구 묘사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매력적인 성장 소설이다.

동구는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다. 롯데 자이언츠 팬인 엄마 덕에 태어나기 전부터 사직야구장을 밥 먹듯이 오갔다. 동구가 태어난 순간부터 해마다 사직구장에서 V3(세 번째 우승을 기원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볼 만큼 '꼴데'(꼴지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부진하다.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구는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한다. "전광판을 보며 다이아몬드로 걸어 들어갈 때면 가슴으로 뜨거운 바람이 불어 든다. 애드벌룬처럼 몸이 땅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는 동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6학년이 된 동구는 지난해 6학년 형들처럼 어느 중학교 야구부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선수가 되기 싫다며 '이기는 야구'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다행히 새 감독님이 "뛸 때마다, 구를 때마다, 땀 흐를 때마다 조금씩 승리가 몸에 배는 거야, 그것 말고는 방법은 없어"라고 가르치자 구천초 야구부는 발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구에 매진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빠는 동구의 야구를 반대한다. 매니저처럼 동구를 관리해주던 엄마는 아픈 동생 민구로 인해 바빠졌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민구의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숙제도 동구 앞에 놓인다.

야구를 함께 시작한 단짝 친구 푸른이는 한 학년 후배보다 실력이 부진해진다. 푸른이에게 "괜찮다"고 위로하고 싶지만 푸른이 때문에 진 경기에 속상해 그러지 못한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 속 갈등이다. 전학 온 영민이는 머리보다 몸이 앞서가는 감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따라갈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영민이에게 동구는 좌절감을 느낀다. 구천초 야구부가 이겨도 4번 타자에서 물러난 동구는 승리를 만끽하지 못한다.

변해가는 상황, 변해가는 사람들 속에 동구는 여러 상황을 겪으며 이기는 야구를 위해서는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괴로움을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 야구라고 말한다. 9회 말 투 아웃에도 역전할 수 있는 야구의 묘미와 동구의 인생이 겹쳐지며 알 수 없는 희망의 에너지를 얻게 되는 책이다.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