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앞 수심 깊은 뻘 바닥 서식
-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크기
- 살·알만 골라먹기도 하고
- 통째로 튀겨먹어도 괜찮아

- 뱃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건
- 바다에서 끓여먹는 얼큰한 방게라면

- 방게 통째로 갈아 추어탕 만드는 등
- 다양한 요리로 변주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길목이자, 한류와 난류가 스쳐 지나는 해류의 교차로이다. 그 때문에 다양한 갯것들이 함께 모이는 삶의 터전이자, 해류 따라 남해와 동해를 넘나드는 어류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방게라면- 국물에서 느껴지는 짙은 바다내음이 일품

하여 사시사철 철마다 특색 있는 해산물이 풍성하게 어획되는데, '기장 방게'도 그 대표적인 어족 중에 하나다. 방게는 시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게로, 부산 기장 앞바다의 수심 깊은 뻘 바닥에 서식한다.

진회색이나 갈색 계열의 몸체를 가진 다른 게와 달리, 방게는 몸이 전체적으로 연한 분홍색을 띤다. 그리 크지는 않으나 산란철에는 알과 살이 꽉꽉 들어차는데, 몸 전체가 알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장 방게는 그 맛이 예사롭지가 않다. 살은 담백하면서도 달콤하고, 알은 고소하고 진한 것이 오돌오돌하다. 특히 기장에서도 산란철의 방게는 1년에 한 달 정도만 먹을 수 있기에, 이를 맛보려 일부러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조리법 다채롭고 값은 착해

몸체가 가로 쪽으로 조금 긴 타원형이며, 껍질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워 등딱지를 제거한 뒤 튀기거나 볶음을 하면 통째 먹을 수 있다. 산란철에 잡히는 방게는 거의가 알을 밴 암놈일 정도로, 암게의 개체수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특히 제철에 잡히는 방게는 개체수가 많아 1만 원 정도면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 남을 만큼 살 수 있어 가격 면에서도 참으로 착하다.

'기장 방게'는 크기가 적당해서 큰 게의 조리법과 작은 게의 조리법 모두를 적용할 수 있다. 살은 살대로 먹고, 알은 알대로 먹으면서도, 게를 통째로 조리해 먹는 등 음식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담백하니 쪄내서 맛이 깊은 '방게찜'을 비롯하여 바싹하게 튀겨 껍질째 와작와작 고소하게 씹어 먹을 수 있는 '방게튀김', 튀긴 방게를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넣고 달달 볶아 먹는 '방게볶음', 팔팔 끓인 간장에 이삼일 재워서 먹는 '방게 간장게장' 등 각양각색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기장 방게이다.

특히 기장에서는 이 방게를 넣고 '방게라면'도 끓여 먹고, 토속된장에 '방게된장국'도 끓여 먹고, 방게를 통째로 갈아서 걸러낸 후 '방게추어탕'도 만들어 먹는다니, 가히 방게로 못 만들어 먹는 음식이 없을 정도이다

■절정의 맛 '방게라면'

	방게찜- 진하고 달콤한 진홍색의 알이 그득

기장 방게는 기장에서도 어족이 다양한 문동, 문중, 칠암 마을 앞바다에서 통발로 잡는다. 깊은 수심의 뻘밭에서 서식하는 방게는 봄부터 가을까지 어획되는데 특히 7~8월 여름철에 알이 꽉 차 그 맛이 일품이다.

"올해는 물이 차바서 그란지 방게들이 빨리 알을 뱄네예." 기장시장 한 귀퉁이에서 방게를 파는 문중마을 아낙 김영숙(54)씨의 말이다. 기장시장에는 김 씨와 함께 세 사람의 아낙이 방게와 더불어 다양한 '기장산 갯것'을 팔고 있다. 이들은 모두 뱃사람의 아내들로, 남편이 배에서 잡아오는 해산물을 시장에 직접 내다판다.

김 씨네 어선인 '상복호'에서 통발로 잡은 해산물이 여러 개의 고무 대야에 한 가득이다. 돌낙지, 대왕문어, 돌게, 고동과 참돔, 농어, 붕장어, 놀래미, 배도라치 등 활어, 주낙으로 잡아 올린 기장 특산 말미잘 등 기장 앞바다 어족을 다 풀어놓은 것만 같다.

	방게국- 들큰한 된장육수와 어우러져 환상의 맛

"요새 돌낙지도 방게만치 많이 잡힙니더. 쫀득쫀득하고 짭짤한 기 뻘낙지 10마리 하고도 안바꾸는 기 돌낙지 맛 아입니꺼~." 뻘에서 나는 뻘낙지는 체색이 유백색인데 돌낙지는 붉은 갈색을 띤다. 조류가 센 바위틈에서 서식하기에 쫄깃하고 낙지 비린내가 적단다. "선전 쫌 해주이소~ 우리 어민들 쫌 묵고 살구로~!" 세 아낙이 싱싱한 해물을 들어 보이며 이구동성이다.

'기장 방게'를 '뱃사람들은 어떻게들 먹느냐?' 물으니, 알이 맛있어서 주로 쪄서 알을 즐기거나, 껍질이 약해서 바싹하게 튀겨서도 먹는데, 뭐니뭐니해도 뱃사람들에게는 배에서 끓여 먹는 '방게라면'이 최고의 특식이란다.

해안가 마을에서는 미꾸라지를 대신하여 방게를 갈아 '방게 추어탕'을 만들어 먹기도 한단다.

방게를 한 대야 사면서, 김 씨에게 요리할 때 주의할 점을 묻는다. "끼장(게장) 할 때는 팔팔 끓는 간장을 부아야 됩니더. 간장을 식하서 부우먼 안됩니더. 그라고 요리하고 남은 끼는 꼭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 놓으이소. 안 그라면 알이 다 녹아뿌서 맛이 없심니더."

■필설로 형용 못 할 이 구수함

	기장시장에서 방게를 파는 문중마을 아낙 김영숙 씨.

'기장 방게'로 갖가지 요리를 한다. 우선 큰 냄비에 방게를 넣고 찐다. 얼마 되지 않아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특유의 기분 좋은 게 비린내가 그윽하게 풍겨나며 코끝을 간질인다. 냄비뚜껑을 여니 향긋한 게 냄새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먹음직스런 붉은 방게가 한 솥 가득이다.

돌솥에 물 없이도 쪄 보는데, 그 구수한 냄새가 필설조차 할 수가 없다. 진하고 달콤한 냄새가 실내 가득 진동을 한다. 마치 싱싱하고 부드러운 오징어를 맥반석에 고소하고 달달하게 구워내는 것만 같다. 쪄낸 방게 등껍질을 벗겨내니, 속이 알로 그득하다. 크지 않다고 그냥 넘길 놈이 아니다. 티스푼으로 등딱지 가득 들어찬 진홍색 알을 싹싹 긁어 한입 쏙 털어 넣는다. 음~!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 고소함이 아예 경지에 올랐다. 바다 향기가 넘실대고 출렁인다.

방게튀김도 맛을 본다. 기름에 튀겼기에 기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고소한 맛은 더 강해지고 게 특유의 감칠맛은 더 깊어졌다. 알을 먹어보니 버터에 굽거나 치즈를 올려 먹는 것처럼 고소하고 부드럽다. 바싹바싹한 것이 아이들 간식이나 맥주 안주로도 궁합이 맞겠다.

토속된장을 넉넉하게 퍼 넣고, 보글보글 방게된장국을 끓인다. 토속된장이라 짠맛이 강한데 방게의 들큰하고 진한 육수가 된장국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된장국 한술 뜬다. 짙은 게장 냄새가 한껏 혀끝을 감아 돌며 희롱한다. 뜨거운 국물에 속조차 뜨끈하게 풀린다. 된장국 속 방게를 통째로 한입 크게 씹는다. 방게의 달콤한 살과 짭조름한 된장국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흘러넘쳐난다.

마지막으로 라면에 방게를 넣고 끓인다. 방게 몇 마리 넣었을 뿐인데, 라면에서 온통 짙은 해물 냄새가 밀려온다. 라면 한 젓가락 입에 넣는다. 갯바람 가득한 바닷물결이 입안에서 한창 일렁인다.

국물도 한 모금 마신다. 땡초를 한 개 송송 썰어 넣었더니,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여간 아니다. '대취'하고 난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안성맞춤이겠다. 달큰하고 구수하고 짭조름한 방게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연신 땀을 흘리며 먹다보니 어느새 그릇이 바닥을 비운다.

'쪽쪽' '쩝쩝' '와작와작'… 큰 소리로 왁자지껄 정신없이 떠들고 먹을 때 비로소 제맛을 알 수 있는 '기장 방게.' 값싸고 양이 많아 온가족이 퍼질러 앉아 '게 판'을 벌여야만 더 맛이 나는 서민의 음식. 다가오는 여름에는 이 '기장 방게'로 '제철풀이' 제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