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 왜?

-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카트린 레퀴예 지음/김유경 옮김/열린책들/1만3000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의 부모는 자문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부모는 아이가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똑똑해져서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아이는 세상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지루해한다.

저자 레퀴예는 신경과학 소아과학 심리학 등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 원인을 '과잉 자극'이라 지적한다. 경이감을 잃은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것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하며 그 결과 아무 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과잉자극은 아이의 경이감과 창의력, 상상력을 파괴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가 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사라지지 않도록 아이의 경이감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압도된 나머지 부모가 스스로 잠재운 육아 본능을 일깨우는 책이다. 박정민 기자


# 생명체의 진화과정 해설서

-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강의/리처드 도킨스 지음/김정은 옮김/옥당/2만2000원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눈이 자연선택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터무니없는 일처럼 보인다."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을 스스로 부정한 듯한 이 말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곤 했다. 저자인 리처드 로킨스는 다윈의 고백이 "진화론을 계속해서 고심해야 할 도전과제로 본 것"이라면서 눈 역시 자연선택을 거친 진화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빛에 조금 민감한 피부 조직에 불과한 '최초의 눈'에서 명암, 방향, 모양까지 보는 '카메라눈'이 되기까지 36만4000세대가 걸린다고 설명한다. 영국 왕립연구소의 유명 대중과학 프로그램 강연 내용을 새롭게 구성한 진화론 해설서이다. 불가능하고 복잡해보이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러시아선 보드카 첫잔은 꼭 원샷

- 줌 인 러시아/이대식/삼성경제연구소/1만5000원

한 나라를 주제로 다룬 책은 대개 미술 건축 등 특정 예술분야나 여행 어학 등 한 가지 주제만을 다루지만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사회 경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실용적인 비즈니스 팁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인의 독특한 호칭과 그 유래를 설명하며 러시아인과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이름과 부칭(父稱)을 함께 부르면 단번에 호감을 살 수 있다는 팁을 알려준다. 또 보드카가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며 보드카를 마실 때 첫 잔은 꼭 원샷을 해야 하는 러시아 주법도 소개한다. 러시아 제국 말기 유럽과 미국을 농락한 통 큰 러시아 귀족 니콜라이 사빈 이야기와 알래스카 헐값 매각 등 흥미로운 야사도 들려준다. 저자는 학부와 대학원, 유학 시절에 걸쳐 러시아 문학과 건축을 공부한 인문학자이지만 현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IS 지역 담당자로 일하는 융합형 학자이다.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


# 1988년부터 쏟은 한수산 소설

- 군함도 1, 2권/한수산 장편소설/창비/각권 1만4000원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인기 작가 한수산(70)이 일본 도쿄에서 '원폭과 조선인'(오카 마사하루 목사 지음)이라는 책을 봤던 1988년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한수산은 일본 나가사키현의 섬 하시마(瑞島)에서 자행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과 조선인의 나가사키 원폭 피해에 관한 소설을 이때부터 써나갔다.

소설 무대인 일본 군함도와 나가사키 현지답사를 열 번 넘게 다녔고, 일본 전역과 미국까지 취재해서 그는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 2009년 일본어판 소설 '군함도'를 펴냈다. 이번에 창비에서 펴낸 '군함도'는 크게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또 거쳐서 태어난 결정판이라고 한다.

원폭 투하의 배경부터 군함도의 강제 징용 조선인의 참상과 이를 이겨내는 의지, 백성의 사연과 뚝심…. 작가 한수산이 공력을 쏟아부었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