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곡성'을 개봉 첫날 첫 상영으로 보았다. 그 정도로 궁금했다. 작은 마을에 연쇄적으로 가족 살해 사건이 벌어지고 마을의 경찰관(곽도원)이 한 일본인(쿠니무라 준)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경찰관 역시 사건에 얽히게 된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을 즐기면서 보았다. 다만 모두 절찬하고 있으니 나는 내가 느낀 것 중 절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짧게 말하려고 한다.

	왼쪽부터 영화 '곡성' 곽도원, 천우희, 나홍진 감독, 황정민. 연합뉴스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와 '황해' 두 영화와 '곡성'의 가장 큰 구조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앞의 두 영화는 쌓는 동시에 밀면서 나아가는 전진의 힘에 의지하는 영화인 반면에 '곡성'은 무너뜨리는 동시에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회귀의 질문에 의지하는 영화다.

이렇게 말하면 더 명료해진다. 앞의 두 편과 다르게 '곡성'은 '후던잇 구조(whodunit)'다. 후던잇 구조란 '누가, 그것을, 했는가'를 중심에 놓는 미스터리 구조다. '곡성'의 후반부의 질문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누가 악마이며, 그 짓을 벌이고 있는가, 의문의 여인 무명(천우희)인가, 일본인인가. 이 후던잇 구조의 완성 과정 중에 문제가 몇 가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중요해 보이는 한 가지만 말해보자.

영화의 중반부에 일광(황정민)이라는 무당이 등장한다. 그가 악령을 퇴치하기 위한 굿판을 벌인다. 그때 무당의 굿판 장면과 교차 편집되는 장면은 산속에 살고 있는 그러니까 악마로 의심받는 그 일본인의 굿판이다. 이 교차 편집의 장면은 혼이 나갈 정도로 살벌하다. 영화의 대단히 중요한 국면이다. 지금 저 두 명의 접신자가 서로 영적으로 부딪치고 싸우고 있다는 가정을 전제해야만 이 장면 즉 이 장면을 이루는 쇼트들의 폭발적인 긴장감은 유효하다. 우리는 그렇게 뛰어난 장면 하나를 경험한다.

그런데 영화의 라스트 씬이 되자 무당인 일광과 일본인이 사실은 한패였다는 서사적 결론이 제시된다. 그렇다면 무당과 일본인은 왜 그 장면에서 서로 맞섰는가. 영화는 이렇게 답하고 싶을 것이다. 둘은 사실 맞선 것이 아니라 합심한 것이고 목적은 다른 데 있었으니 관객인 당신은 속았거나 잘못 추측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궁색한 답이다. 그 장면 그 순간에 우리 감각과 감정을 끌어낸 저 쇼트들은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그 쇼트들의 황홀감은 오로지 두 인물의 대치 국면을 전제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 놓은 쇼트들의 감각과 감정을 영화 스스로 간단하게 부인하고 나설 때 그 쇼트들로 인해 받은 감동은 어쩌란 말인가.

나는 트집을 잡고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옥의 티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곡성'의 극적 구조로서의 편의주의가 사실은 나홍진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인 쇼트의 저 실행적인 힘들을 어떻게 배반하고 훼손하고 있는지 그 예들 중 하나를 말하는 중이다. 나홍진은 드물게 뛰어난 재능을 갖췄고 '곡성'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단점이 너무 크게 보이는 나머지 나는 '곡성'을 걸작이라고 칭송하는 저 다수의 행렬 속에 섞여들기 망설여진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