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하면 지필묵을 재료로 그리는 관념적인 산수풍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새로운 형식의 한국화를 그리는 작가들도 있다. 부산에서 이처럼 한국화의 전형을 벗어나 새로운 회화영역을 창조하는 두 명의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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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관진 작가의 '봄을 담다' |
갤러리 마레(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는 오는 30일까지 오관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오 작가는 청화백자운룡문호, 막사발, 달항아리, 분청사기 등 우리 땅의 정서가 밴 도자기를 주로 그린다. 그의 작품은 회화적이면서 반부조이고, 극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실경이지만 관념적이기도 하다. 오관진은 한지로 먼저 바탕을 만들고 조각하듯 날카로운 칼로 도자기 부분을 남긴 뒤 바탕을 비운다. 이후 돌가루와 안료를 혼합해 자기의 매끈한 질감을 그려낸다.
오관진의 작품은 도자기를 얇게 펴 붙인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매끈한 표면은 물론 실제 도자가에서 볼 수 있는 미세한 균열, 불길이 스쳐지나간 막사발의 검은 흔적까지 표현한 극사실적 기법 때문이다.
이처럼 오 작가는 한국화의 새로운 표현어법을 구사한다. 동양적인 화면을 바탕으로 붓으로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꽉 차 있으면서도 비어있는 그의 작품은 옛 정취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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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근택 작가의 'The life on the coner1' |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6층)는 중견작가 유근택의 최근작을 선보이는 'Life on the corner' 전을 개최한다. 유근택은 전통적인 한국화에 현대적인 표현법과 소재를 적용해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흐름을 개척한 작가이다.
유근택은 한지와 먹, 채색 등 한국화의 기본적인 재료는 살리되, 호분(조개가루) 콘테 아크릴 과슈 템페라 등을 활용해 두꺼운 마티에르(질감)을 완성한다. 소재도 독특하다. 관념적인 산수풍경이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표현한다. 장난감이 가득한 아파트 거실, 샤워 커튼이 쳐진 욕실, 침대가 놓인 방, 나뭇잎이 가득한 창 밖의 풍경 등이다. 유 작가는 "일상은 아주 징글징글하게 얽혀 있는 하나의 세계이다. 그런 놀라움이 항상 공존하는 세계, 그게 내가 바라보고 탐색하고 천착해 온 삶의 공간이자 그림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실내풍경 중에서도 구석진 공간(corner)을 담은 연작 22점을 선보인다. 덩그러니 놓인 의자, 천장 끝까지 쌓인 책, 벽면 가득한 커튼, 갈라진 벽 틈새 등 다양한 표정의 구석풍경을 통해 일상적이고 소소한,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