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시대, 게시물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해시태그(#). 7개국 37개 작품이 펼쳐지는 제13회 부산국제연극제를 해시태그로 포착합니다.
- 비극적 결말 잔상 지워버리는
- 커튼콜의 요란한 춤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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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상연한 연극 '하녀들' 공연 장면. BIPAF 제공 |
상체를 탈의한 네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대 조명에 반사된 갈비뼈 마디마디, 들숨과 날숨마다 달라지는 몸의 굴곡, 잔근육으로 다듬어진 길고 매끄러운 팔. 군살 없이 탄탄한 이들의 몸은 그 어떤 화려한 치장보다 강렬하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자 배우가 '하녀'를 연기해 관심을 모았던 제13회 부산국제연극제 개막작 러시아 로만 비크튜 극단의 '하녀들'이 지난 6, 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상연됐다.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의 작품으로 자매인 두 하녀 쏠랑쥬와 끌레르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집 마담이 외출하면 끌레르가 마담, 쏠랑쥬가 끌레르 역을 맡아 연극놀이를 한다. 굴욕감, 질투, 동경 등 복합적인 마음으로 마담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하고 둘은 연극놀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현실에서 못다한 결말을 완성한다.
변화무쌍한 음악에 맞춰 현대 무용 공연처럼 극을 시작한다. 무대 위에 설치된 장치들은 모두 배우의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발레연습실에 있을법한 바(bar). 배우들은 온 몸을 휘감는 천을 바에 둘러 자신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연출할뿐 아니라 바를 넘나들며 기량을 뽐낸다. 망사 커튼은 이들의 연극놀이를 상징하는 동시에 동작을 부드럽고 풍성하게 표현하는 것을 도와준다. 흔들의자 역시 효과적인 소품. 하의로 받쳐입은 통이 넓은 흰·검·적색 바지와 치마도 든든한 상체를 받치는 조력자였다.
배우들은 7일 공연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인 '아티스트 토크'에서 "안무는 캐릭터로 변화하는 과정 일부로, 손짓 하나하나까지 안무를 통해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고 했다. 남자가 여자의 역할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여자는 여자를 연기하지만 남자는 아픔과 고통을 연기한다"며 "남자가 여자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은 중간 휴식 없이 2시간 20분이다. 하녀의 죽음으로 극이 끝난 뒤 마치 또 다른 극이 펼쳐지듯 커튼콜이 20여 분 이상 계속됐다. 방금 끝난 극의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고 경쾌한 음악이 울리고 하이힐을 신고 캉캉 드레스를 입은 배우, 티 팬티와 코르셋을 입은 배우가 등장해 요란한 춤을 춘다. 수십 명의 외국인 관객을 포함한 객석에서는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토요일밤의 열기'를 뿜어냈다. 배우들은 "마지막 춤을 추는 무대는 관객이 가질 공연에 대한 어두운 잔상을 지워내버리기 위한 것이다"며 웃었다. "와~ 환호하며 행복하게 집에 돌아가 한참 뒤에야 '누가 죽긴 죽었구나' 떠올리게 될 거예요."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