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아센 호민·구민주 2인극
- 웅크린 마음의 벽 두드리는 작품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극단 아센의 연극 '벽'(연출 호민)은 두려움, 망설임으로 웅크린 마음의 벽을 두드리는 연극이다. 미셸 파이퍼,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프랭키와 자니'(1991)로도 만들어진 게리 마샬의 희곡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가 원작이다.

연극 '벽'의 주(구민주, 왼쪽)와 민(호민).

주인공은 같은 식당 요리사인 민(호민)과 종업원인 주(구민주), 무대는 주의 아파트. 두 사람이 서로 알게 된 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같이 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눈 어느 토요일 새벽 3시에서 동이 터오기까지가 배경이다. 민은 '하룻밤 사랑'이 아니라 결혼을 원하지만 주는 민을 밀어낸다.2인극인 벽은 주와 민의 '핑퐁'같은 대사로 극의 흐름, 빠르기, 세기를 조율한다. 조연은 원작의 제목, 영화에도 등장했던 드뷔시 '달빛(Clair De Lune)'의 피아노 선율뿐이다. 1시간 30분을 대사로 가득 채우는 만큼 명대사도 많다. 두 배우가 뽑은 대사로 벽의 의미를 찾아본다.

"달빛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일으키나 항상 궁금했어요."(주)

배우 구민주는 주가 '인생의 황금기'에 대해 민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꼽았다. 7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 자란 주. 세파가 준 상처에 까칠한 보호막을 둘러치고 민의 구애를 뿌리치던 모습과 달리, 흠뻑 사랑받는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꿈꾸듯 대사하는 장면이다. 구민주는 "외로움, 소외감을 안고 자란 주가, 잠든 자기 볼에 뽀뽀하는 할머니의 감촉으로 인해 내가 정말 사랑받고,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낀다"며 주의 대사를 덧붙였다. "난 그 순간을 절대로 잊을 수 없어. 그건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니까."

"봄날의 숨결을 맛보기 위해서 제비꽃은 눈속에서 겨울을 견디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시인은 오랫동안 노래를 꿈꾼다."(민)

배우 호민은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듯 우리도 다른 사람처럼 여전히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사랑 열망 믿음에는 기다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의 마지막은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이 함께 칫솔질하는 장면이다. 여느 부부, 연인처럼.

▶5~30일 부산 남구 대연동 하늘바람소극장 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 균일 2만5000원 (051)504-2544.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