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린곡 편곡한 실험 무대
- "서울의 문화블랙홀 막아야"

미국 줄리아드 음대 졸업, 뉴욕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부산시향 수석 첼리스트 등 화려한 이력에 빛나는 첼리스트 양욱진(43·인제대 교수). 부산과 인연은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웬만한 부산 시민보다 부산에 대한 애정이 크다. 오는 28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가질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오는 28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첼로독주회를 가지는 인제대 양욱진 교수. 양욱진 교수 제공

1세대 첼리스트 고(故) 양재표와 첼리스트 어머니 손에서 자란 양 씨는 모든 사람이 첼로를 다룰 줄 안다고 여겼을 만큼 첼로와 친했다. 10살이 되기 전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족과 놀러갔다 홀로 남겨진 채 '강제' 유학 생활을 했다. 이후 유수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뉴저지 모리스 주립대학교 음악교수 겸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뉴욕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뉴욕 코리안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다. 원한다면 어디에서든 환영받으며 연주할 수 있는 그가 2007년 돌연 부산을 선택한 것은 부산이 정말 좋아서였다. "부산시향과 객원 협연하고 지인을 만나러 부산에 처음 왔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미국에서 결혼한 아내도 부산으로 건너와 창원시향에서 연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산이 좋은 것은 자유로운 음악 연주가 가능해서였다. "부산의 음악 저변이 서울보다 척박한 건 사실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기에 더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어요. 부산은 규격화된 음악이 자리잡은 서울과 달라 제가 추구하는 음악을 허용하고 호응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그는 서울이 문화의 블랙홀처럼 되는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조금만 잘 되면 다들 서울에 가려고 해요. 뉴욕시민은 뉴욕필을, LA 시민은 LA필을 세계 최고라 자부합니다."

그래서 그는 남다른 결심을 한다. 바로 부산에서만 공연하는 것이다. 그가 2012년 창단한 IPB(International Players of Busan)는 지휘자와 악장 없이 부산·창원·울산시향 등 지역 교향악단의 수석급 연주자 15명이 모여 연 3회씩 뉴욕필, 베를린필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악장을 초빙해 연주한다. 전국적인 관심을 가질 연주임에도 부산에서만 공연한다. "궁금한 분들은 서울에서 연주를 보러 오세요. 그런 식으로라도 부산을 조금 알리고 싶습니다."

부산에서만 열리는 독주회 프로그램은 도전적이다. 바이올린을 위해 작곡된 곡인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소 K.301', '바흐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샤콘느 BWV1004', '로시니 이집트의 모세 테마 변주곡', '베토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크로이쳐 Op.47'을 첼로로 연주한다. 악보가 없어 편곡을 거쳤다. 경쾌하고 리드믹한 바이올린에 특화된 곡을 부드럽고 푸근한 첼로로 연주하면 청중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지 그도 궁금하다고 했다. 함께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박민선은 부산에서 자라고 공부한 재원이다.

젊은 나이에 인제대 음악학과 학과장이 된 그는 어린이·노인·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비정기적으로 가지며 한국에서 앨범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클래식 문화 확산에도 관심을 표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점차 클래식 음악이 보편화되어서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건 음악 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라 생각해요." 전석 1만 원. 문의 010-2550-2880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