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웃겼다가 울렸다가…이 남자의 시는 오랜 친구다

창원서 교사 재직중인 성선경, 새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4-11 19:34:47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일상의 평범한 장면 속에서
- 명퇴 앞둔 50대가 읊조리듯
- 삶의 회한 시적 언어로 버무려

삼복 더위로 푹푹 찌는 여름날 친구 다섯이 오랜만에 만나 보신탕집에 갔다. 이 집 메뉴는 삼계탕과 보신탕, 단 둘이다. 연신 들이닥치는 손님으로 바빠 죽을 것 같은 보신탕집 주인장은 빨리 주문부터 받느라 이렇게 외친다. "여기 개 아닌 사람 손 드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주인장은 확인한다. "다섯 명, 모두 개 맞죠?"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최근 펴낸 성선경 시인.
무신경하게 들으면 우스개, 애견인이 하면 저주가 섞인 꾸지람이 될 이 장면을 명퇴했거나 명퇴를 앞둬 약간 쓸쓸한 느낌도 없지 않은 오십대가 소개한다면? 시인 성선경의 시에서 이 촌극은 웃기고 쓸쓸한, 좀 후줄근하지만 미워하기 힘든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이 장면을 담은 그의 시 '녹피(鹿皮)에 가로 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다섯 명 모두 개가 되었는데 / 개를 먹으러 갔는데 / 멍멍 짖지 않는 뚝배기 / 줄줄 땀 흘리는 숟가락.'

성선경(56) 시인은 시와 우리가 '친구'가 되게 해준다. 깍쟁이 같은 친구 말고, 옆에서 다 지켜보면서 눈물 콧물 닦아주던 속 깊은 존재로 시를 독자의 삶 가까이 끌어당겨준다. 요즘 같은 세태에 이런 능력과 성의는 드물고 귀하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펴냄)'는 경남 창원시에 살며 마산무학여고 교사로 오래 일한 성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2003년 펴낸 시집 '서른 살의 박봉 씨'에선 서른 살 박봉 씨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그가 이 시집에선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내세웠다. 물론, 명태 씨는 명퇴(명예퇴직)와 겹친다. 명태 씨는 진짜 열심히 살았다. 근데 돌아보니 허무나 회한 같은 심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적금 타자 아들이 이사를 하고 /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 장롱이며 침대며 다 있는데 / 냉장고가 고장이 나고…'('복사꽃 지자 복숭아 열리고' 중)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는데 / 꽃피는 봄날에 / 계란 몇 개 깨어버렸네 / 그냥 두었으면 병아리가 되었을 / 닭이 되었을, 닭이 되어 / 알을 낳았을, 알을 품어 / 병아리를 오종종 오종종 / 거느리고 다녔을, 어미닭이 되었을 / 계란 몇 개를 깨어버렸네'('봄밤에 시를 쓰다' 중)

진하게 달인 반성도 오십대 명태 씨를 찾아온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 /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밥罰-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중)

명태 씨는 지나온 삶을 더듬고 다듬으면서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채웠다. 시가 우리의 친구가 되게 해주는 시인 성선경의 능력과 성의가 새삼 귀하게 다가온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5. 5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8. 8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