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안전 프로그램에 참가한어린이들이 손을 들고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국제신문 DB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가 오른손을 들고 건너가고 있다. 저만할 때 나도 그랬다.

어릴 적의 나는 교육받은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지나가면서도 손을 들지 않는 어른들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디 길 건너는 신호에 손을 들고 가는 것뿐이었을까. 어린 내게 세상에는 지켜야 할 것과 지키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는 콧물이 나오지 않는데도 가슴팍에 손수건 하나 길게 드리우고 그것이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며 학교로 출발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어른들께 배우거나 학교에서 접한 사회도덕은 홀로라도 다 지킬 듯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서는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널 때면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런 할머니가 부끄러워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 아이가 자라서 출가해서 수행자가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운전하다가 어느 한적한 곳에서는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갈 때도 있다. 그렇게 길을 건널 때 도 있다. 그 시절, 도덕정신이 투철했던 아이는 그렇게 조금씩 변해간 셈이다.

그러다 오늘 아침, 그 짧은 팔을 하늘을 찌를 듯이 들고 건널목을 건너는 꼬마를 보면서 그때의 내가 그리워졌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간단하고 편한 일인데도 더 편함을 찾는 것인지 아주 사소한 질서도 무시할 때가 많아졌다. 한동안 이런 표어를 공공장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질서는 편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것'.

함께 사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킬 것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편한 것인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지키지 않아서 서로 불편해지고, 함부로 깨어버려 모두가 힘들게 되는 약속이 얼마나 많던가.

운전을 할 때도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것을 봐주지 못해 신경질 난 것처럼 경적을 울리고, 신호를 무시할 때가 많다. 그리고 때로 상대에게서 잘못을 찾으려고 한다. 요즘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보복운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이런 광경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작은 질서를 지키는 것을 나부터, 우리부터 잘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얼마 뒤면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을 내건 후보자들 중에서 가장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은 일꾼을 뽑는 날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도 약속이다. 선거의 공약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다.

일단 당선부터 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내놓는, 한순간에 날아가버릴 약속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그런 아름다운 약속을 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눈여겨 볼 일이다. 그런 약속이 잘 지켜질수록 건강한 사회, 행복한 나라를 만들수 있다.

누가 잘한다 못한다 탓하지 않고, 나부터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키면 그만큼 나도 세상도 좋아지는 것이 질서라는 약속이다. 따지고 보면 공약도 그렇다. 편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아름다운 약속들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

대운사 주지·복합문화공간 쿠무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