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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강용석 사진작가의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공원' '부산 중구 남포동'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 동상 등 배경 시민 일상 포착
6·25전쟁이 발발한 지 66년이 지난 2016년 부산에 남은 전쟁의 흔적을 담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백제예술대 사진과 교수이자 중견사진작가인 강용석이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오는 5월 4일까지 '부산을 사수하라' 전을 개최한다.
'부산을 사수하라'는 전쟁 당시 미 포병장교로 부산지역에 참전한 '에디슨 테리'가 전역 후 참전 경험을 기록한 책 제목에서 따왔다. 원래 의미는 1950년 7월 29일 미 8군 사령관이었던 '윌튼 워커' 중장이 수세에 밀리던 한국군과 미군에게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라"고 명령을 내린 데서 기인한다. 같은 제목을 쓰는 이번 전시는 6·25전쟁 동안 부산을 포함한 낙동강 이남 사람들과 그들의 주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긴장과 안도의 흔적을 찾은 작업이다.
강 작가는 "당시 부산을 포함한 낙동강 이남 지역은 직접적인 전장은 아니었지만 한반도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피란지였기에 전장 못지 않은 혼돈의 지역이었다"며 "전쟁으로 인한 공포, 가난으로 인한 고통, 미래에 대한 긴장과 불안,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연민,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 혹은 안도 등이 가득차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53년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멈춘 이후 부산에 남은 이들의 전쟁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변질되고 희석됐는지, 지난해 1년 내내 좇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그는 매주 한 차례 이상 부산에 내려와 중앙동 광복동 초량동 산복도로 등 원도심을 구석구석 관찰했다.
강 작가의 사진에는 초고층 아파트와 광안대교가 어우러진 첨단도시, 펄떡이는 활어가 넘치는 자갈치시장은 없다. 그는 교각 분수 화단 가로수 가로등 간판 동상 등 도시의 필수품을 배경으로 평범한 시민의 일상 한 조각을 포착했다. 그런데 그 일상이 어쩐지 2016년 같지가 않다. 20년 전, 40년 전, 심지어 전쟁 직후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흑백사진이기 때문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 전쟁의 물리적 흔적과 감정적 불안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시된 73장은 모두 세로사진이라 익숙한 안정감이 아니라 참신한 긴장감을 주는 효과를 낸다.
이번 전시는 고은사진관의 10년 장기 프로젝트 '부산 참견록' 중 네 번째 전시이다.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작가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도록 고은사진미술관이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프로젝트이다. 2013년 강홍구, 2014년 최광호, 2015년 이갑철에 이어 강용석이 네 번째로 부산을 기록했다.
유엔기념공원에서 '까르르'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는 학생들과 군복을 갖춰입고 전쟁 기념행사를 치르는 늙은 용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부산의 오늘을 보고 싶다면 고은사진미술관으로 가보자.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