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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남은 아쉬움 -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5국에서 불계패한 뒤 대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 최고 고수 이긴 알파고
- 치밀한 수 읽기·계산력은 물론
- 직관마저 따라하며 신선한 충격
# 졌지만 아름다웠던 인류대표
- 패배 후 깨끗히 인정하는 모습
- 약점 찾아내는 승부사에 감동
설마 했던 인공지능(AI)의 위력이 5000년 역사의 인간 바둑까지 정복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바둑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33) 9단에게 4승 1패로 압승했다.
■AI, 불가침의 영역 바둑 세계 정복
바둑은 그동안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다. 인공지능은 1997년 IBM '딥블루'가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며 체스를 정복했고, 2011년에는 IBM '왓슨'이 미국의 퀴즈 프로그램 재퍼디에서 우승하면서 퀴즈마저 인간을 이겼다.
바둑은 불가침 영역이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에 달한다. 논리적으로 이를 모두 따져 가장 좋은 수를 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인간은 계산이 아닌 '직관'의 힘으로 최적의 수를 내놓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치밀한 계산력은 물론 인간의 직관까지 따라 하며 전 세계 바둑 고수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바둑에서 직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해결하려고 개발한 '신경망 접근 방식'이 알파고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힌다. 또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이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따라 한다. 특히 알파고는 무려 3000만 개에 달하는 방대한 기보를 터득하고, 스스로 반복해 대국해보는 '강화학습'으로 난공불락의 경지에 올랐다.
수 읽기가 약할 것이라는 애초 예상도 빗나갔다. 알파고가 선보인 치밀한 수 읽기와 뛰어난 전투·방어력,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수에 이 9단도 "너무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기존 인간 바둑에서는 나오지 않은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승리를 잡아가는 모습은 바둑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졌지만 인류 대표로 거듭난 이세돌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대국마다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전 세계 바둑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 9단은 1국 초반에 알파고를 시험해보다 충격의 불계패를 당한 뒤 "이제 승률이 반반"이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2국 패배 후에는 "할 말이 없다. 내용상 완패"라고 알파고의 실력을 인정했다.
이 9단은 전투적으로 임했던 3국에서 또다시 진 뒤 "인간이 아닌 이세돌이 진 것"이라고 자신을 내려놓았다. 이어 4국에서 엄청난 정신력으로 알파고의 '버그'를 끌어내며 첫 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 9단은 마지막 5국을 준비하면서 "(7집 반을 내주는) 흑으로 알파고를 이겨보고 싶다"면서 승부사로서 면모를 보였다.
조혜연 9단은 "이 9단의 파이팅에 놀랐다"면서 "알파고를 상대로 이만큼의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바둑 기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9단은 암흑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기위해 애썼다"면서 "단 3연패 후 4번째 판에서 약점을 찾은 것이 놀라웠다"고 봤다.
현장에서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이 9단이 도전정신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기계를 상대로 작전을 구사한다기보다 자기 스타일대로 이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