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기사 "알파고로 3차 변화올 듯"
세기의 대결로 관심이 쏠렸던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바둑프로그램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현대 바둑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바둑은 그동안 두 번의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었다. 첫 변화는 1930년대 일본에서 활동하던 중국 출신 우칭위안(1914∼2014년) 9단과 일본의 기타니 미노루(1909∼1975년) 9단이 발표한 '신포석(新布石)'이다.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1990년대 '돌부처' 이창호(41) 9단이 가져왔다. 이창호 9단은 실리 위주의 두꺼운 바둑과 탁월한 끝내기로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다. 박승철 7단은 "20여 년 전 이창호 9단의 수법을 보며 다들 '무슨 수인가?', '왜 저렇게 두지?'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창호 9단의 어깨 위에서 그의 시선으로 바둑판을 내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패러다임 변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알파고다. 알파고는 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로 무장, 완벽한 수 읽기와 매 수 승률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으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했다. 알파고는 5번기 내내 상식을 벗어나는 변칙 수를 뒀다. 제5국의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은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두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개념들이 있다"며 "그런데 알파고가 인간의 그런 개념을 완전히 깨는 수들을 뒀다"고 설명했다.
제2국의 37수가 대표적인 변칙 수다. 알파고는 우변 5선에서 백 돌의 어깨를 짚었다. 당시 해설을 하던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불계승이었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날 때마다 알파고의 수를 연구했다. 알파고의 수는 대부분 승리로 연결되는 '신의 한 수'였다.
박승철 7단은 "프로기사들은 20여 년 전 이창호 9단한테 받은 것 이상의 낯선 느낌을 알파고한테서 받았다"며 "바둑이 알파고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할 기회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