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이면서 부산에서 목회 활동도 펼치는 유병기 목사가 '택시기사를 통해 본 세상'(푸른별 펴냄·사진)이라는 보기 드문 책을 냈다.

"두 달 넘게 택시기사로 취업하여 일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유 목사가 머리말에서 밝힌 바대로 그는 지난해 말 택시기사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택시 모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택시기사는 세상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숱한 인간 군상을 그는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보았다.

택시의 카드기가 고장 난 틈을 타 "내일 계좌이체로 택시비 드리겠다" 해놓고 날름 떼먹은 예쁜 아가씨, 깊은 밤 "낙동강 갈대밭으로 가자"고 해놓고 강도짓을 하려다 건장한 유 목사의 기세에 눌려 준비해 온 둔기만 택시에 놓고 도망친 어설픈 택시강도, 사고로 다리를 절단했다며 장애인의 험한 처지를 털어놓는 왕년의 멋쟁이, 선물로 준 시집을 소중히 간직하는 중소기업 사장님….

콜을 받고 골목골목 복잡한 길을 따라갔더니 81세 병든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정중히 모셔 병원으로 가는 지극 정성 50대 부부도 만났다.

유 목사는 "노동의 힘듦, 보람, 대가, 가치, 위험, 무시, 귀천, 구조적 모순, 빈익빈 부익부, 정신력, 건강의 중요성 등등" 택시를 몰며 배운 게 참 많았다고 말한다.

그는 "섬기는 삶을 실천하는 바르고 옳은 목회자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사회에 소금과 빛으로서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