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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헛된 갈등 이제는 풀어야 할 때"

김춘복 17년만에 장편소설 '칼춤', 밀양검무·현대사 아픔 등 담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2-17 19:06:1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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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편소설 '칼춤'을 펴낸 밀양 출신 원로 소설가 김춘복. 산지니 제공
- "사회 대통합 갈망하며 집필"

소설가 김춘복(78) 선생이 실로 오랜만에 펴낸 장편소설 '칼춤'(산지니출판사·사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밀양검무의 원형부터 감상해 보자. 김춘복 작가가 '칼춤' 속에서 인용한 박제가(1750~1805)의 '검무기' 중 한 대목이다.

"두 기생이 칼춤을 춘다. 융복 입고 전립 쓴 채 잠깐 절하고 돌아서 마주 본다. 천천히 일어나는데, 귀밑머리는 이미 거두어 올렸고 옷매무새는 단정하다. 버선발 가만히 들어 치마를 툭 차고는 소매를 치켜든다. 칼이 앞에 놓였건만 알은척도 하지 않고, 길고 유연하게…"(256쪽)

김춘복 소설가는 밀양에 산다.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 부산고를 나왔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처음으로 추천됐으나, 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6년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하면서부터다. 고향 밀양을 지키며 살아온 그에게 '칼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전화를 드렸다. 그의 전화기 컬러링 음악은? 그렇다! '밀양아리랑'이었다.

그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꽃바람 꽃샘바람' '쌈짓골' '계절풍' 등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집 '벽' 등을 내면서 활발하게 쓰면서 독자와 만났다. 그 뒤로는 좀 뜸했다. '칼춤'은 '꽃바람 꽃샘바람'을 낸 뒤로 17년 만에 펴내는 장편소설이다.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갈망하면서 쓴 소설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탈고와 출간까지 10년 정도 걸렸군요." '칼춤'은 언뜻 조선시대 밀양 출신의 이름 난 기생 운심과 밀양검무에 관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운심은 예술기량이 탁월해 밀양에서 한양으로 불려올라가 활동하는데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의 글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했다. 운심의 장기가 밀양검무였다.

그런데 '칼춤'은 밀양검무 자체에 집중하는 예술소설은 아니다. 소설에는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30년 세월이 밀양 서울 부산을 오가며 실감 나게 펼쳐진다. 등장인물도 다채롭다. 주인공 준규는 밀양에 사는 소설가로 기생 운심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젊은 날, 독재에 저항하며 진지하게 고뇌하고 '데모'에도 뛰어든 그에게는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다. 서울에서 춤을 가르치며 사는 은미다. 둘은 사랑하다 서로의 집안이 이념에 얽힌 '원수'임을 알게 되고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두 사람의 사랑과 갈등은 시대의 아픔, 사회의 좌우 대립으로 확장되면서 질기게 이어진다. '칼춤'은 이토록 질기고, 알고 보면 헛된 이 원한과 갈등을 이제는 풀자는 해원(解寃)의 염원을 품었다. 이런 주제의식은 밀양 상동면 신안마을의 꿀뱅이바위에 실제로 있다는 운심이묘의 고유제 장면이 강렬하게 상징한다.

길고 긴 길을 돌아 이렇게 해원과 신생(新生)에 닿고자 노작가는 밀양검무와 운심이, 독재와 저항의 시대에 관한 기억, 겉도는 보수와 진보, 최면·빙의·전생 등 심령의 세계까지 넘나든다. 걸림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영토를 오가며 진정한 화합을 꿈꾸는 넉넉한 품, 오랜만에 작가 김춘복이 내놓은 '칼춤'의 힘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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