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종 교수가 발매한 열 개의 음반.

- 1992년 시작해 최근 10집 발매
- 연구실엔 감사의 팬레터 빼곡

부산대 황의종(64) 한국음악과 교수가 1992년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국악 음반이 어느덧 열 번째를 맞이했다. 최근 10집을 발매하기까지 많은 것이 변했다. 대한민국 작곡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고, 손수 작곡하던 그는 이제 애플 컴퓨터와 TV 모니터, 노트북 등을 이용한다. 10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은 즐겨 들어온 CD와 작사의 소재가 된 시집, 자료들로 빼곡하고 곡마다 담긴 사연도 풍성해졌다. 지난 29일 부산대 예술관 연구실에서 만나 소감을 들었다.

	황의종 부산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노트북을 활용해 곡 작업을 하고 있다.

황 교수가 쉼 없이 작곡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음악을 듣고 마음이 치유된다는 팬들의 성원 덕이었다. 그가 펼쳐 보인 편지 스크랩과 선물들에서 팬들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제가 만든 곡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이 위로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일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1집부터 10집까지 작사 작곡의 소재는 자연과 시다. 그는 느낀 감정을 낭만, 경쾌함, 슬픔, 두려움 등 다양한 분위기의 국악으로 탄생시켰다. 몽골의 거대한 자연을 보며 '홉스걸 호수의 별빛(8집 수록)을 만들고, 백두산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여행 스케줄 표에 급히 오선지를 그려 '백두산(6집 수록)'을 만들었다.

곡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가사도 아름다워 국악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가사만 따로 읊을 정도다. '백두산' 가운데 "파란 하늘 푸른 천지 하나가 되듯이 갈라진 남북 헤어진 형제 하나가 되는 날 부르리라 백두산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나, 그가 대학생 4학년 때 이별한 이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하얀 이별'(1집 수록)' 속 가사 "오늘 창가를 스치는 눈발에 어여뿐 당신 모습 얼핏 보았오"도 대표적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팬들이 많다. 국립국악원 특강에서 만난 한 무용수는 "'아름다운 인생길(1집 수록)'을 듣고 우울증을 고쳤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섬진강(5집 수록)'에 대해 "비오는 날 선생님의 섬진강을 듣고 차를 세우고 한참 울었습니다. 좋은 곡 너무 감사합니다"는 온라인 댓글에 그도 큰 감동을 받았다.

황 교수는 음반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7집 '내 구름 되거는 자네 바람되게'는 전통 가곡에 속도의 변화를 준 곡이며, 8집 '그대를 위한 기도'는 첼로와 국악기가 어울어진 3중주곡이다. 특히 이번 10집에는 칸타타 형식의 '수로 부인'이 수록됐다.

황 교수는 곧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작곡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그는 좋은 작곡은 음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구성해 전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부분 부분 아름다운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봤을때 치말한 계획에 따라 구성해 전개돼야 합니다. 건축 설계도를 그리듯 구성력을 가지는 것이 작곡자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죠." 그의 컴퓨터 파일에는 11집에 실릴 수록곡이 이미 저장돼 있다.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