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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4> 음악과 함께 한 다방의 역사- 음악감상실 세시봉

한국 통기타 문화 '발상지'…이곳에서 별들이 쏟아졌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1-25 19:04:1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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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 있던 음악다방 '세시봉'에서 노래를 감상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김형찬 제공
- 음악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 당시 젊은이의 음악 외 문화를
- 선도하던 이 '열광의' 다방에서
-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이 나왔다

1963년에 서울 무교동에 자리 잡은 음악감상실 '세시봉'은 이후 한국의 통기타 음악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음악 인프라였다. 상호인 세시봉은 프랑스어인 C'est Si Bon(프랑스의 샹송 가수 샤를르 트레네가 불렀던 노래 제목으로 영어로는 it's so good)에서 따온 것인데 영어만 사용해도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분위기를 연출하던 당시 프랑스어를 상호로 사용한다는 자체가 한걸음 더 앞서는 문화를 향유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1층 매표소에서 40원(1963년 자장면 한 그릇 30원)을 내고 입장하면 안내 아가씨가 자리를 정해주고 음료수 주문을 받았다. 내부는 대여섯 층의 계단을 연결 고리로 하는 복층이었고, 1층은 150석 정도의 홀, 80석 정도의 2층은 레코드가 들어찬 DJ 박스가 있는 총 30평의 넓은 음악감상실이었다.

이곳이 다른 음악감상실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음악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당시 젊은이들이 갖고 있었던 음악 이외의 문화를 적극 이끌어내는 차별적인 프로그램들을 요일별로 신설했기 때문이었다.

   
세시봉 입구.
월요일에는 '성점(星占) 감상실'로 수용자들이 신보를 듣고 곡에 별의 숫자로 등급을 매기는 수용자 비평 마당이었다. 수요일에는 '시인만세'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시인을 불러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요일에는 '대학생의 밤'이 마련되어 대학생들의 라이브 노래 마당이 펼쳐졌다. 이 무대에는 각 대학의 통기타 마니아들이 모여들어 첨단 유행인 통기타 음악을 들려줬는데 하나같이 기존 관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지닌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조영남은 헐렁한 옷차림을 하고 우렁찬 성악 발성으로 피아노를 치며 팝송을 부르는 새로운 시도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윤형주는 단아하고도 댄디한 모습으로 여자 같은 보이소프라노의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 조영남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송창식은 남루한 차림으로 기타를 안고 무대에 올랐지만 그가 오페라의 아리아를 눈을 감고 불렀을 때는 청중들은 박수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여드름투성이의 이장희가 무대에 올라 영시를 멋지게 낭송했을 때는 여대생들의 앙코르가 이어졌다.

이들은 당시에는 아마추어였지만 이후에 한국 통기타 음악의 1세대가 된다. 여기에서 만난 송창식과 윤형주가 1968년 한국 최초의 통기타 듀엣 트윈폴리오를 결성하면서 세시봉은 한국 사회에서 통기타 음악의 문을 연 장소가 되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세시봉이란 업소명은 현재에 통기타음악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는 태도는 감상이라기보다 체질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의 몸에는 음악이 배어있다. 여럿이 있는 곳에서 듣는 음악이어야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집에서 혼자 듣는 음악은 어떤 점은 소아마비적인 것 같을 때가 있지만 음악감상실에서는 한 번도 음악이 싫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태양이 있는 지하실 음악감상실의 생태' 주간한국 65.6.13



위의 글은 청년문화세대가 함께 모여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중요한 공동체의식과 문화적 정체성을 획득해 나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비정기적인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아무나 나와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즉흥 스테이지' 에서는 가끔 기발한 행위예술을 선보였는데 전유성이 전위예술가 요셉 보이스를 흉내 내 넥타이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삼행시 백일장'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서 인기가 좋았고 수상작에는 세시봉 입장권을 선물로 주었는데, 사회를 맡은 사람이 명사회자 이상벽이다. 명사를 모셔서 젊은 세대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명사 특강'시간도 있었다. 1964년 10월 경복궁 광장에서 공연했던 영국의 리버풀 비틀스를 초대해 라이브 공연을 할 정도로 세시봉은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참신하고 대담한 운영으로 음악감상실 문화를 선도하게 된다.

   
방송 관계자들은 '쓸 만한' 물건을 헌팅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로 이곳을 드나들었으며, 이들의 측면 지원에 의해 세시봉의 스타들은 이후 1970년대 새로 등장한 통기타 음악의 스타로 가요계를 석권한다. 1990년대 중반 홍대 앞에 클럽이 생기기 시작해 한국의 인디 음악 문화를 이끌었듯이, 1960년대 중반의 음악감상실은 한국의 클럽 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으며, 이곳을 토양으로 통기타 음악은 새로운 음악 문화로 피어오르게 된다. 세시봉은 1969년 5월 전세 계약 만료 이후 새집을 구하지 못하고 폐업한다.

대중음악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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