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에 출전하는 조훈현(63) 9단, 서봉수(63) 9단, 조치훈(60) 9단, 유창혁(50) 9단, 이창호(41) 9단은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 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입담 대결부터 펼쳤다. 이들은 23일부터 풀리그 전으로 최강자를 가린다.

경쟁 상대로 만났지만,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만큼 반가움이 더 컸다. 한국기원관계자는 이들 5인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대회 출전 소감을 묻자 "한창일 때 열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당연히 내가 우승할 거라고 말했을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일 젊은 사람이 우승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한다"며 "빨리 좀 만들어 주시지!"라고 '엄살'을 부렸다.

진행자가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고 대국에서 강하게 나오려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자 조훈현 9단은 "내 마음속을 다 알고 있네. 들켰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160개의 타이틀을 획득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앞으로 타이틀을 따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바둑의 길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바둑을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훈현 9단과 양대산맥을 이뤘던 서봉수 9단도 "프로라면 대회에 참가할 때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지금 실력이 약한 게 문제"라고 몸을 낮췄다.

'토종 한국 바둑의 개척자'라는 칭호를 듣는 그에게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요청하자 "오히려 제가 조언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젊은 아이들이 공부를 무척 많이 해서 내가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바둑계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이렇게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유가 "일본은 바둑이 약해서"라고 답하던 조치훈9단은 "그러나 골프는 내가 조훈현보다 잘한다. 서봉수와 유창혁보다도 잘한다"라고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어 "이창호는 골프를 안 해서 내가 이창호한테 이기는 게 하나도 없다"며 "다음부터는 아침에 골프를 한 뒤 오후에 바둑을 두는 대회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동하는 유창혁 9단 역시 "'수호신'으로 활동하는 지금보다'반상의 일지매'이던 예전이 훨씬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지금도 제게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창혁 9단은 "선수 시절의 공격적인 스타일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멋지게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일한 40대 참가자인 이창호 9단은 "제가 유리한 건 맞다"고 말해 선배들을 긴장케 하면서도 "그런데 지금 돌이 안 된 아기가 있어서 그쪽으로 체력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균형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진지한 농담'을 던졌다.

이창호 9단은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최택 6단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바둑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 이 대회가 창설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창호 9단은 "얼마 전에 중국에 있어서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보지는 못하고 이야기로만 전해들었다"며 "최택이라는 친구를 보면 부럽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바둑계에 도움을 줬다는 면에서 감사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