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연인 롯데 껌, 당신의 비누 다이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광고의 명 카피다. 침대는 과학이 아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카피도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대다수 사람은 광고를 보고 선택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광고의 카피처럼 10년 또는 그 물건이 사용되는 시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값이 고가일수록 그러하다. 만약 평생의 여정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라면 그 중요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현재 삶의 자리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물론 불가항력으로 주어진 선재적 환경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대부분 인생은 자신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최선이라 확신하고 선택한 사실들의 소산물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하고,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삶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듯 책임성 있는 타인의 인생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곧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다. 선거의 결과는 절대다수 국민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절대다수 국민 속에는 투표에 참여한 자신도 포함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면 타인이 선택한 결과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지도자들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정죄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바른 선택을 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거가 끝나면 타인의 선택에 대한 인정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망각해 버린다. 서로를 향해 비난과 정죄 그리고 투쟁의 칼날만 들이댄다.

최근 개신교인이 절과 성당에 들어가 불상과 마리아 상을 부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물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의 행동이지만, 종교인으로서 바른 행위는 절대 아니다. 십자군 전쟁과 IS의 만행 그리고 지구상에 일어나는 종교 간의 대립과 박해는 결코 종교의 본질이 아니다. 자신의 신앙적 선택이 소중하면 타인이 선택한 신앙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도 기억한다. 성철 종정이 조계사에서 폭력을 행사한 승려들을 향해 "저들은 불자가 아닐 것입니다"고 했던 일갈을. 한경직 목사가 타 종교인의 신앙적 선택에 대하여 기독교인들을 향해 "예정론을 믿으면 구원은 하나님의 결정이고 만민구원론을 믿으면 그 사람의 결정이기에 비난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던 일성을.

사후의 세계? 그것은 결국 현생의 선택이다. 아무도 모른다. 살아있는 사람 중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있는가? 무엇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개인적 체험을 공동체적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택은 할 수 있다. 갔다가 돌아오는 윤회의 세계,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가는 좋은 곳, 믿음을 가진 자를 위해 예비된 천국, 모든 것이 소멸되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 중에서. 자신의 선택에는 책임을 지고 타인의 선택은 있중하는 마음이 현인지덕자의 지혜일 것이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