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홀 2관

서면은 지역의 중심지이지만 음악의 중심지는 아니다. 음악을 듣자며 서면을 찾는 이는 드물다. 도시적이고 상업적이며 문화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딱히 규정지을 만한 상징적 공간은 아니다. 연령대를 초월해 생산과 소비가 치열하게 반복되는 종합 공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오즈홀' '핸드릭스''씨닉'은 서면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잠재적 관객을 찾아 그들의 문화적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인디팬이라면 한 번쯤 와봤을 걸-공연 갈증 해소 '오즈홀 1·2관'

밴드 '메탈크라우드' 드러머로 활동하던 지상호(44) 대표는 부산 인디씬 대표 공간 '락클럽625'가 사라지고 공연장에 대한 갈증이 만연하던 1990년대 라이브 펍 '로크하우스'를 운영했다. 점차 찾는 뮤지션이 많아지고 스스로 제대로 된 공연장을 만들고 싶어 2012년 9월 오즈(OZ)홀을 개관했다. 2년 뒤 연습과 음반 제작이 가능한 다목적 공연 공간인 오즈홀 2관도 문을 열었다.

1관은 396㎡(120평), 2관은 198㎡(60평)로 각각 스탠딩으로 600여 명과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이승환, 장미여관, 크라잉넛, 잠비나이, 솔루션스, 내귀에 도청장치, 몽니, 블루파프리카 등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부산 로컬 뮤지션들이 공연했다.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 영화 '로큰롤 할배'에서 밴드 유령비가 무대에 올라 촬영할 정도로 전문 장비가 갖춰진 공연장이다. 한 달에 적게는 10회, 많게는 20회 공연이 이뤄지며 오즈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입장료 등 공연 정보를 올린다.

올해부터는 부산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오즈홀 기획 공연'이 정기적으로 올라갈 계획이다. 음악 외에 토크 코믹 등 다른 콘텐츠를 넣어 기존 공연만으로 이끌 수 없었던 새로운 팬층을 다각도로 만들 생각이다. 티켓값을 후불로 받는 등 관객 만족도를 확인하거나 온라인 방송 제작 등 실험도 거칠 계획이다.


◇테라스 문 열면 서면 거리가 무대-떠오르는 핫플레이스 '핸드릭스'

	핸드릭스

서면 학원가에 울려퍼지는 드럼소리가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오픈 테라스 덕에 서면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버스킹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7월 오픈해 개점한 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난 라이브펍 핸드릭스(HandRix)는 청년 서울 뮤지션 임정빈(35)·송병준(32) 씨가 운영하고 있다. 198㎡(60평) 규모에 드럼 기타 등 악기를 들고오지 않아도 공연이 가능할만큼 장비가 갖춰진 라이브 펍이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제이콥세드'로 활동하다 멤버 교체 등으로 활동에 지쳐 있을 때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부산으로 왔다. 이들은 여행 삼아 부산에 자주 왔었는데 우연히 '부산을 찾은 외국인에게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펍' '로컬 뮤지션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안타깝다는 말을 듣고 부산 지인들의 투자를 받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도 평생 음악을 할 것이기 때문에 뮤지션들이나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공연하고 팀 에피소드도 얘기하고 음악에 대해 소통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부산 인디 겟츠, 기타리스트 박창곤 등이 공연했다. 일요일부터 수요일은 주로 신청곡을 받아 틀고, 목·금·토 밤 10시 공연이 있다. 매주 금요일은 오픈 마이크 데이로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공연 정보를 올리지만, 정보와 관계없이 홀로 혹은 친구들끼리 한잔하거나 담소를 나누러 찾을만하다. 아직 뮤지션과 고객을 사로잡을 과제를 안고 있는 핸드릭스지만 찾는 이들마다 "이런 펍이 서면에 있어야 한다"는 평을 하며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밴드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오픈-공연장과 펍의 크로스오버 '씨닉'

	씨닉

어두운 지하, 92㎡(38평) 규모에 무대 앞에 테이블과 의자 5, 6개가 놓여있는 씨닉(CLUB CYNIC)은 공연장에 펍이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9월까지 사상에서 라이브클럽 '시나몬'을 운영한 밴드 '뱅크럽츠' 멤버 추민수(34) 씨와 서면에서 '도파민트'를 운영한 밴드 '35년산 우유' 멤버 정보용(34) 씨가 서면에서도 인디씬을 일으켜보자며 의기투합해 개관했다.

1층 입구에 설치된 TV 모니터에서 공연을 보고 찾는 이들도 많다는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픈마이크, 금·토·일요일은 대관 공연과 기획공연이 열린다. 직장인 대학생 밴드, 청소년 콘서트, 댄스 공연이나 3호선버터플라이, 버, YUMI, 헤르츠, 마이골든에이지 공연 등 지역과 장르를 망라한 무대가 펼쳐진다. 크리스마스나 빼빼로데이 등에 메뉴 할인, 주류 무제한 등 이벤트도 열린다. 공연 정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또는 1만 원 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