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나 자동차보다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기차가 닿는 다른 세상을 상상했습니다. 만화영화를 너무 봤는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어 막상 기차를 타려 하면 항상 기차는 나보다 먼저 출발했습니다. 나는 늘 늦게 출발하고 늦게 도착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남보다 늦게 대학을 갔고, 남보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남보다 늦게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글을 쓰고 있으면 내가 탄 기차 창밖으로 잠시 논과 밭이 보이고 집들이 보이고 자동차가 보이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그다음엔 강아지가 달려가고 달팽이가 달려가고 아이들이 달려가고 별이 달려갑니다. 내가 탄 기차도 그들의 세상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눈을 뜨면 기차는 나보다 이미 먼저 떠났습니다. 나는 그냥 현실에 던져져 있을 뿐.
원고를 부치고 올 때면 허전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차는 떠났고 잠시 상상의 즐거움을 갖지만 길게 가지는 않습니다. 나는 곧 현실에 던져질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다음 차편을 준비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늘 그랬듯이.
저녁 무렵 청소기 필터를 갈다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전화기에서 어릴 때 들었던 기차의 기적(汽笛)소리가 둔탁하게 울렸습니다. 그리고 곧 기적(奇跡)이 일어났음을 알려왔습니다.
이제 제대로 기차에 탄 것 같습니다. 제 손에 따끈한 승차권을 쥐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약력=1968년 경남 창원 출생. 창원문성대 아동청소년복지과. 2007년 '아동문예' 동화 당선, 2009년 '문학예술' 시 당선. 7년간 방과후학교 한자 강사로 활동. 경남아동문학회 등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