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세에 난 재배 입문한 피터 드러커
- 80세에 오페라 곡 만든 베르디…
- 변화 두려워 않고 새로운 도전 즐겨야
- 은퇴 뒤의 삶 만족도 높고 행복해
- 성공하는 황혼의 힘은 창의적 성취감
피터 드러커(1909~2005)는 96세까지 살았다.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경영학·혁신·미래·변화를 아우르는 책 39권을 썼고, 세상은 그를 '경영학을 창시한 인물' '혁신의 구루(Guru·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로 칭송한다. 이 불세출의 거장이 타계하기 6개월 전쯤 아내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더니 몇 시간 만에 귀가한 날이 있었다. 집에 돌아온 그의 손에는 난초 재배법을 담은 책이 들려 있었다.
"젊은 날 드러커가 오페라를 한 편 보고 영혼이 흔들리는 감동을 받았죠. 깜짝 놀라 작곡가를 알아봤더니 88세까지 살았던 베르디가 80세에 만든 '팔스타프'였답니다. '18세인 나를 전율케 한 오페라가 80세 노인의 작품이라니…'. 드러커가 나이와 열정은 상관없다고 깨우치고, 평생 도전하는 삶을 사는 계기가 됩니다."
변화혁신아카데미 하동식(58) 원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설립자 문국현 씨가 피터드러커혁신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드러커 전문가 이재규 교수와 말년의 드러커를 찾아갔을 때 선물로 난(蘭)을 가져갔대요. '3년을 주기로 다른 삶에 도전한다'는 삶의 원칙을 실천한 드러커 박사에게 이때 선물 받은 난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죠. 그래서 직접 나가서 난 기르는 책을 사 왔던 겁니다."
96세에 별세한 드러커 박사가 난초 기르기에 입문한 것은 96세 때였다.
■당신 나이에 '지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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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주기로 새로운 삶에 도전했던 피터 드러커. 그는 96세에 난초 재배에 입문했다. |
"자네 나이엔 뭐가 지옥인 줄 아나? 바로 '변화'가 지옥일세."
직장 생활 20년을 넘기고 일과 관계에 익숙해질 즈음 느닷없이 "인생 2막을 준비하라"는 이야기에 포위된 것이 불만인 직장인 '일육(一六) 씨'가 2016년을 맞으며 들은 말이다. '변화가 지옥인 나이'는 언제쯤일까. 40대 후반? 50대 초반? 분명한 것은 50대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많은 선배와 동료가 정년을 맞거나 경쟁의 결과로 줄줄이 퇴직하면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일육 씨도 뭔가 변화를 모색하지만, 변화에 관대한 척하기는 쉬워도 익숙한 것과 실제로 결별하고 낯선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은 불편하고 무섭고 싫다. 작가 존 스타인벡이 한마디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변화에 저항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더 나은 것을 위한 변화인데도 말이지요."(이미도 지음·'똑똑한 식스팩' 중)
현실은 이렇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약 73세, 평균수명이 82세 정도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세로 직장을 떠나서도 최소한 30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며 살아야 한다. 지금 40, 50대의 보통 사람들은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봉태 지음·'은퇴하는 남편, 일을 찾는 아내' 중) 재치와 풍자의 신,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나 아깝다"고 젊음을 찬양했지만, 우리는 이미 그 젊음을 다 써버렸다.
변화가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감을 갖고 인생 2막의 커튼이 올라가는 장관을 지켜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꾀 많은 원숭이는 변화를 돌파한다
2016년 새해는 원숭이해다.
길이 헷갈릴 때는 근본·원리·옛날로 돌아가 길을 묻는 원시반본(原始反本)이 기본. 민속학자 정상박 박사의 띠풀이를 청해 들어보자. "민첩하고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모든 것을 시도해 보기 전에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조차 뜻밖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능동적인 사람에게는, 한바탕 휘몰아치는 변화를 통해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다소 즐겁고 신나는 한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정상박의 우리 민속 되짚어 보기' 중)
꾀 많은 존재의 상징인 원숭이에게서 '한바탕 휘몰아치는 변화'를 너끈히 돌파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데, 그 핵심은 바로 '창의력'이다. 인생 2막이라 하면 으레 은행 잔고, 연금과 저축, 구직 같은 물질과 경제 이야기부터 하는데 이는 인생 2막이 엄연히 '마인드 게임(mind game)'이라는 점을 가린다. '변화가 지옥'이라고 느끼면 인생 2막은 시작도 못한다. "인생 2막을 살아가는 길은 준비와 자신감이 전부입니다"('은퇴하는 남편, 일을 찾는 아내' 중)라는 고수의 가르침에서 실상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정신의 요소지만, 이걸 너무 자주 간과한다.
그렇다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성취감에서 나온다. 성취감은? 남들이 하지 못한, 하지 않은 창의적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을 때 태어난다. 창의성은 자신감과 성취감의 어머니이다. 행복은 창의성·성취감·자신감이 함께 사는 가족이다. 이걸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창의성의 힘, 연구결과도 있다
정신의학자인 강북삼성병원 박환진, 성균관대 이건석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이 2015년 학술지 '컴프리핸시브 사이키애트리(Comprehensive Psychiatry)에 발표한 '성격 유형과 삶의 만족'이라는 논문을 보자. 차포 떼고 3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논문의 결론을 보면 이렇다.
'가장 높은 수준의 삶 만족도는 창의적 성격 유형과 연관되어 있고, 우울한 성격 유형은 가장 낮은 삶 만족도와 연관되어 있다'. 창의적인 삶의 태도는 지속하는 행복감을 선물한다. 부산 남광종합사회복지관 박해영(45) 관장은 조금 일찍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경북대 공대 고분자공학과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굴지의 대기업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ICT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이라는 요직에 있던 그는 몇 년 전 사회복지 종사자의 길을 택해 새 출발 했다.
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70년 전 시작한 남광사회복지회 재단의 사회복지사업을 잇기 위해서였지만,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사회복지 현장에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경험을 쌓으며 기존의 생계·생활 지원 일변도를 바꾸려 했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하려니 복지에 문화를 결합하고 비전을 정립하는 일이 모두 창의와 연관돼 있었어요." 그는 "특히 인생 2막을 사는 노인과 다문화 가정 여성 등에게 창의적 성취감이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날마다 본다"고 했다.
■성공 피라미드는 무엇으로 쌓는가
영화 번역가, 저술가이자 창조적 상상력 강사인 이미도 씨는 저서 '똑똑한 식스팩'에서 "성공 피라미드는 A로 시작하는 낱말 세 개로 이뤄졌다. Amusement(재미) Ability(재능) 그리고 경험 쌓기(Accumulation)다"고 했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들은 그간 삶에서 자기 재능을 검증했다. 경험은 이미 쌓았다. 그러니 창의성→성취감→자신감을 거쳐 태어나는 재미와 창의적 기쁨을 느낄 준비를 갖추면 인생 2막도 성공은 눈앞이다.
지극히 창의적인 인물, 공자는 말한다. "계문자는 세 번을 생각한 뒤에야 행하였다. 이를 전해 들은 스승(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두 번이면 된다!"('논어' 공야장 편). 더 늦기 전에, 꾀 많은 원숭이처럼, 시작이다. 인생 2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