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생각지도 못한 감독을 만나게 되거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감독이 만든 의외의 영화를 만날 경우가 있다. 영화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감독의 놀라운 영화를 만날 때도 있고 여러 번 봐서 외운다고 생각한 영화에서 처음 보는 쇼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땐 영화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올해도 많은 영화를 만나면서 감탄하고 경이로움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안소니 만의 '틴 스타'(1957)는 마지막 선물과 같은 영화다. 사소한 이야기를 하자면 안소니 만의 '서부의 사나이'(1968)를 보기 전까지 웨스턴이라는 장르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책에서 본 이분법적인 서부의 계열 구분과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테마가 너무나 미국적이기 때문에 나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단번에 무너뜨린 영화가 '서부의 사나이'고 웨스턴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에게 존 포드는 안소니 만의 발견 이후 장르의 시원을 찾기 위한 거슬러 올라감의 행위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존 포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의 근간에 (발견의 순서와 상관없이)만의 서부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틴 스타'는 보안관에게 마을의 안전이라는 임무를 지게 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보다 보안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 모인 서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노련한 헨리 폰다가 현상금 사냥꾼(이자 전직 보안관)으로 등장해서 신념은 강렬하지만 질서를 유지시킬 능력을 지니지 못한 애송이 보안관(앤서니 퍼킨스)에게 규율과 태도를 가르치는 과정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존 포드, 1962)와 '마지막 총잡이'(돈 시겔, 1976)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틴 스타'는 서부에 대한 고별사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포드가 사라진 서부, 되돌릴 수 없는 잃어버린 대지와 사나이에 대해 애도한다면, 만은 고별이나 퇴장의 절차와 결별한다. 그의 인물들은 서부라는 삶의 환경에 대한 윤리적 고민으로 인해 신경증을 앓고 있다. 자신에게 내재하고 있는 복수심이나 냉랭함과의 싸움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새롭게 다가올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잡아매고 있는 헛된 것들과 결별하기 위해 애를 쓴다.

또 이 영화는 악인에 대한 응징이나 변해가는 공동체의 가치회복에 관심이 없다. 헨리 폰다는 얼치기 젊은이에게 외부에 존재하는 악한(인디언 혼혈 형제)보다 공동체의 규율을 헤치는 내부의 악당(동네의 무뢰한)과 대면해서 도망치지 말 것과 악한을 상대로 어떻게 새로운 질서를 실행할 것인지를 가르친다. 그 과정은 법의 수호라는 임무, 개인의 분노에서 비롯된 형벌과 법에 따른 집행의 극명한 차이, 생존에 대한 윤리적인 태도에 이르는 길이 된다. 구시대에 속한 노쇠한 자가 자신이 경험했던 비극과 결별하고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게 됨으로 인해 그는 비로소 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유유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존 웨인에게서 느꼈던 슬픔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과 사소한 행복에 대한 긍정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아름답고 우아한 헨리 폰다의 제스처와 어렴풋한 미소는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서부를 다른 방식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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