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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쳐나는 여신보단 멋진 밴드가 되고픈 여성듀오 '겨울다방'. 송영경(왼쪽)과 강지현. |
- 스물두 살 동갑내기 두 멤버
- 여성미 대신 재기발랄함 내세워
- 색깔 다양 미발표 자작곡도 수북
- 19일 라이브클럽 GROO서 공연
한국에는 여신들이 너무 많다. 특히 인디음악의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서울 홍대 앞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넘어설 만큼 수많은 홍대여신이 차고 넘친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어쿠스틱 팝 음악을 연주하는 여성듀오 '겨울다방'은 그들의 노래 '여신 대신'의 가사처럼 자신들은 결코 여신이 될 수는 없지만, 여성스럽고 예쁜 밴드 보다는 'X라 멋진 밴드'가 되고 싶다고 노래한다. 멋진 밴드란, 자신들만의 색깔을 숨기지 않는 멋진 노래를 만들고 꾸밈없이 들려줄 수 있는 밴드라고 답한다. 여신들이 넘쳐나는 지금, 여성의 목소리로 씩씩하게 노래하는 여성듀오 겨울다방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보통 여성 듀오들이 내세우는 여성스러움 대신 성별을 초월한 재기발랄함이 겨울다방의 매력이다.
여고생 시절 함께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놀던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노랭이들' 이란 3인조 밴드를 결성해 버스킹을 시작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어느 추운 겨울날 부산대 앞 길목에 서서 꽁꽁 언 손을 비비며 5시간이 넘도록 하얀 입김을 뿜으며 첫 번째 버스킹을 마친 후 팁 박스에 들어있는 지폐와 동전들을 세어보니 겨우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었다고 한다. 그때 함께 노래하던 멤버 한 명이 탈퇴한 후 남은 강지현 (보컬, 건반)과 송영경 (보컬, 기타)은 카페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고민 끝에 둘 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고, 이름을 짓던 장소가 카페였으니 두 단어를 조합해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 따뜻한 한 잔의 온기를 건네줄 것 같은 느낌의 '겨울다방' 이란 팀명을 짓고 지금껏 여성 듀오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이름으론 Winterdabang을 줄인 WINDA 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겨울다방은 현재 부산대 정문 근처에 있는 합주실에서 곡 작업과 합주를 하며 각종 행사와 기획공연, 버스킹 등 다양한 활동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스물두 살 동갑내기 친구인 강지현과 송영경은 각자 곡을 쓰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겨울다방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여러 가지 감성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취미로 영상편집과 디자인을 하며 글쓰기와 상상을 즐기는 송영경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며 영감을 얻거나 공상 속에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반면, 창작 뮤지컬 작곡에 매진하고 있는 강지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곡으로 풀어낸다. 일상 속에서 슬프고 기쁘고 힘들고 행복했던 많은 순간들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겨울다방의 노래를 듣는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랑과 위로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노래를 만들고 있다.
두 명의 멤버들이 각자 색깔과 방식으로 곡을 쓰다 보니 미발표 곡이 잔뜩 쌓여 있을 정도로 자작곡이 많은 것도 겨울다방의 자랑이자 든든한 자산이다. 이 팀은 겨울방학 동안 대망의 첫 번째 싱글 앨범을 녹음할 계획이다. 새해부터는 한 곡 씩 순차적으로 싱글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많은 자작곡 중 '미어캣' 이란 곡을 추천한다. 공연 때는 아무래도 가사전달이 힘들어 아쉬웠는데 음원 발표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듯 또렷하게 가사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곡이다. 'Friend of mine' 이란 곡 또한 겨울다방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필청 트랙이다. 어쿠스틱 위주로 조용한 노래들을 많이 부르다 보니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밴드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곡에선 겨울다방의 숨겨진 흥과 끼를 만끽할 수 있다.
예전엔 버스킹 문화가 생소해 입장료를 내고 보는 공연장이나 라이브 클럽 공연에서만 수준 높은 무대를 볼 수 있었다면, 거리에서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버스킹들이 많아지면서 정작 일반 공연에 대한 관심이 줄어 관객들의 공연장 출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전반적으로 무대 위에 서는 뮤지션들의 실력도 향상되어야겠지만,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재미난 기획 공연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겨울다방은 오는 19일 토요일 저녁 7시30분 부산대 정문 근처에 있는 라이브 클럽 GROO에서 'SPACE TRIP' 이라는 타이틀로 기획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우주여행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획 공연이다, 부산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소년민씨'가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입장료는 현매 1만5000원, 예매 1만 원이다.
새해부터는 작은 행사들과 공연, 음원 발매로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는 동시에 저축하듯 차곡차곡 실력까지 쌓아가 점점 더 큰 무대로 진출해나가는 것이 겨울다방의 목표다. 해외투어를 떠나는 것이, 그 중에서 특히 런던에서 공연하는 것이 오래된 꿈이라고 한다. 수많은 여신들과 맞서 당당히 대적할 수 있는 X라 멋진 밴드가 되길 힘껏 응원하고 싶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