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운동을 모토로 삼은 모퉁이극장(부산 중구 중앙동)의 '모퉁이 관객영화제'가 끝났다. 지난주 극장을 방문해서 글쓰기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짧은 생각을 정리해본다. 

그동안 모퉁이극장이 주력했던 일은 부산에서 보기 힘든 실험영화나 일본의 자주영화(한국의 독립영화와 비슷한 개념)를 초청해서 상영하거나 부산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상영하고 감독을 초청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또 영화 관람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영화이론과 영상과의 접목을 시도한 강연을 소개하고, 미술이나 음악 등 부산의 인디씬과의 공동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모퉁이극장의 식구들은 규모가 작지만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 한 명의 관객이라는 출발점을 잊지 않는다. 

늘 관객이 주체가 된 운동을 벌여왔지만 그들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관객이 스스로 영화를 선정하고 관객으로서의 개인이 영화와 어떤 인연을 맺었으며 그들에게 극장이란 어떤 공간이며, 영화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퉁이 극장을 찾으면 관객이 다른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 후에 관객들 한 명씩 자신을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극장에 대해 사유하고, 영화가 나에게 건네준 다양한 감정을 말한다는 것은 프랑스의 '시네클럽'같이 비밀스러운 결사조직처럼 운영되기보다 누구든 이 극장을 찾아와 영화에 대한 수다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개방성에 기인한다.  

지난 5일 따분한 강연을 짧게 한 후에 관객들의 질문을 들은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쏟아낸 무수한 질문을 들으면서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영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졌다. 직업으로 평론하는 사람이건, 글을 써 본 경험이 있건 없건 모든 관객은 영화를 본 후 다음을 이어갈 무언가를 원한다. 친구와의 대화나 논쟁, 영화에 대한 글을 읽어보는 것, 나아가 스스로 영화의 잊을 수 없는 장면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영화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영화의 친구들과 만날 때 극장에서 혼자 본 나만의 영화가 우리의 영화가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퉁이극장의 식구들이 다양한 영화의 측면에 가까이 다가서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영화에 대한 비평,  극장 밖으로 나가는 카메라, 세상과 인간, 사회에 대한 공부건 무엇이 되어도 좋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영화가 해야 할 일이란 결국 이 세상과 사람들, 사물들과 자연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극장을 벗어나 혼자 곰곰이 생각하면서 되새기는 시간을 통해 한 편의 영화와 한 명의 관객이 만나게 된다. 이후의 모든 일은 관객들의 선택이고, 이 힘을 모퉁이극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