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의 그림자를 바다만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자기만의 독창적인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국제신문 DB

사람은 각자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 마음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수성을 갖고 생각하고 감정을 일으키고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나만의 독특한 생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나만의 독특한 감정을 가질 수 있고, 나만의 특별한 감각을 지닐 수 있을까?

약간은 황당한 비유를 해 보자. 바다 위로 지나가는 갈매기가 드리우는 그림자를 두고 바다가 자기만의 그림자를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바다를 두고 뭐라 할까? 그게 무슨 독창적인, 자기만의 것이냐고 할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생각! 이것도 역시 이 바다 위에 잠시 지나가는 갈매기 그림자처럼 일어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이 나만의 독특한 것이라고 정말 믿고, 의심해 본 적 없으며, 누가 물어도 당연하다고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하는 생각이나 내가 일으키는 감정이 저 바다 위 갈매기 그림자 정도일 따름이라면 어떨까? 인간 정신을 너무나 무시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으로 인해 기쁜 생각이 날 수 있을까? 또 어떤 사람이 나에게 1년 내내 점심을 사 주고 커피를 사 주었는데도 '나는 그 사람이 밉고 싫다'라는 것이 사실일 수 있을까? 조그만 것으로 분류해보면 대부분 자기만의 독특성을 어김없이 주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우리는 나에게 이로운 것에 대하여 긍정의 마음을, 나에게 해로운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마음을 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보통 '중생'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마음의 틀이다.

이 기본 틀에서 자기만의 약간의 독특한 경험과 물려받은 각각의 문화적 유산에 따라 나름대로 특성을 가진 성격이나 가치관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나만의 독특성이라는 성격을 형성한 것 아닐까?

보통 사람은 도무지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단계만 높다면 아래 단계 사람에 대하여 거의 틀리지 않는 판단을 할 수 있고, 예상되는 반응을 거의 감지할 수 있으며, 거기 대처하는 예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결국, 인간의 독창적인 생각이란 청정한 자기 본성 위에 경계가 비치고, 그 그림자를 두고 자기의 생각이니 감정이니 말하는 것과 같다.

깨달은 자들의 경지에서 보면 모든 중생의 생각, 감정, 감각, 반응, 행동은 모조리 예견되고, 파악되고, 조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가에는 선지식 능조물정(善知識 能調物情)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즉, 깨달은 사람은 중생의 마음을 능히 알고, 보고, 느끼고 방향과 결과를 능히 예측해 중생을 이끌어 부처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이 일으키는 생각이 나만의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것은 자기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집착이다. 또한 무지로 인해 자기만의 독특성이라고 생각하여 오래 자기의 업을 짓는 근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생의 생각과 감정과 감각과 행위는 모두 번뇌고, 집착이 만들어낸 분별과 망념이요 인과의 결과물일 따름이다.

자기 스스로를 반조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는 그 마음을 불교에서는 오직 귀하게 여길 따름이다.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