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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헤르츠 멤버들. 왼쪽부터 정명수(베이스),방성배(기타), 조상신(보컬),이기태(드럼), 조현수(기타). |
청년들의 분노와 저항정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거칠게 내질렀던 록 음악이 점차 상업적으로 변질돼 LA 메탈로 대표되는 여심을 자극하는 달콤한 팝적인 멜로디와 수려한 외모, 화려한 옷차림으로 무장한 록 밴드들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흐릿해져 가는 록의 정신을 부활시키기 위해 청년들이 1990년대 기성 록 음악의 대안으로 터뜨렸던 새로운 조류가 '얼터너티브(대안)-그런지 록'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목이 늘어난 낡은 티셔츠, 기름때 묻은 해진 청바지 차림으로 거친 굉음을 쏟아내었던 3인조 그런지 록 밴드 '너바나'의 앨범 'NEVER MIND'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음반 판매량을 앞지를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세월이 흘러 얼터너티브-그런지 록의 황금기도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밴드 헤르츠는 여전히 얼터너티브 록을 고수하고 있다. 트랜드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들고 최상의 라이브 무대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얼터너티브는 단순히 특정 장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주류 록 음악의 대안으로 시작한 만큼 수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밴드에 따라 하드 록이나, 펑크, 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와 사운드에서 단번에 '이것이 그런지 록이다' 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오묘한 매력이 특징이다. 헤르츠 역시 90년대의 그런지 록에 펑크와 메탈을 접목한 포스트 그런지 록을 추구하고 있다. 헤르츠(HERZ)라는 팀명은 독일어로 영혼 마음 심장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2011년 3월 결성된 밴드 헤르츠는 2012년 7월 26일 강렬하고 스트레이트한 질주감이 느껴지는 얼터너티브 록의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낸 타이틀 곡 'Get out'을 포함해 총 4곡이 수록된 첫 번째 ep 'get out'을 발표했고, 이어 2013년 부산 인디록 컴필레이션 앨범 '동백락원'에도 어둡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묵직한 그런지 사운드로 표현한 곡 'tearful'로 참여했다. 현재 인디레이블 리얼라이즈 레코드에 소속되어 있는 밴드 헤르츠는 민락 인디트레이닝 센터에서 합주하며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첫 번째 정규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로 경성대학교 앞 라이브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서울과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자주 초청을 받고 있다. 오는 5일 경남 마산에 새로 오픈한 라이브 클럽 뮤직트레인에서 초청 공연도 예정되어있다. 여러 가지 멤버들의 개인 사정이나 악조건 속에서도 휴식기 없이 꾸준히 라이브 무대에 서는 것을 원칙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것이 다른 밴드들에 비해 멤버들 간의 남다르게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 봄에 발표될 예정인 헤르츠의 첫 번째 정규앨범을 미리 소개하자면 펑크, 팝, 메탈, 그리고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까지 느낄 수 있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치열하게 진화하고 있는 그런지 록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아직 제목조차 지어지지 않은 마지막 곡은 멤버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곡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하면서도 서정적이며 헤비한 대곡으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헤르츠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ep 앨범을 작업했던 블루호텔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김현 사장과 조현수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 중이다. 오래전부터 함께 작업해온 터라, 따로 의견 조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소통이 원활해 예상치를 넘어서는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초에 정규 앨범을 내도 충분한 곡들의 녹음을 마쳤지만,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곡들을 첫 번째 정규앨범에 포함시키고 싶어 앨범 발매 일정을 늦추고 추가 녹음작업과 신곡 편곡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욕심이 더해진 만큼 장르가 아닌, 현재 주류 음악의 얼터너티브가 될 수 있는 명반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정규앨범이 발매되면 전국 투어를 강행할 예정이고, 내년 2월엔 일본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9일 토요일 오후 8시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대 앞 라이브 클럽 무몽크에서 My Golden Age, Elecphant, 이조남 밴드, Low Feels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송년파티를 겸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예매 1만 원,현매 1만5000원이다. 연말연시에는 역시 그런지 록이다. 추운 겨울 방안에 박혀 괜히 심란해하지 말고 밴드 헤르츠가 뿜어내는 오장육부가 개운해지는 강렬한 포스트 그런지 록 사운드에 맞춰 모든 잡념을 털어내듯 신들린 헤드뱅잉을 하다 보면 각종 성인병 예방과 혈액순환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