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독립영화제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수상작을 결정하는 회의 중에 일어났다. 심사위원들의 총평에서 밝힌 것처럼 넓게는 한국영화, 좁게는 독립영화, 더욱 협소하게는 부산독립영화가 반드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지점에 대한 염려와 충고이다. 감독들의 기호는 충분하게 드러나지만 세계관에 대한 신념이나 확고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의견, 이미지를 과도하게 전시화한 영화가 현실에 대한 고민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 내러티브 영화가 현실의 층을 풍부하게 접근하지 못할 때의 한계에 대한 충고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부산에서 성장한 감독들이 지닌 장점들만을 발견하려는 우리들(부산독립영화협회의 운영진)이 새로운 생각과 접근법을 모색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부산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고충을 알기 때문에 따끔한 비평보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제 초청작에서 만난 부산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는 것과 '딥포커스'섹션에 초청받은 김응수 감독의 영화를 부산에서 만난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특히 자신의 고향 충주에 뿌리를 내린 그의 영화들은 한국영화의 지도 안에서 가장 비관습적이고 주류의 흐름에 대항적인 미학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보기의 새로운 지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수상작을 만든 감독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근래 부산영화가 보여주는 특징 중의 하나이고, 특히 올해는 극영화 뿐 아니라 실험영화가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도 인상 깊다.

'나는 집으로 간다'의 간결하지만 공간에 스며든 미세한 공기를 포착하는 힘, '신탄진'이 보여준 영화의 운동성과 세심한 인물 묘사, '러닝 포토스'가 빚어내는 영화사의 흔적과 새로운 표현에 대한 고민에 축하를 보내면서 이 젊은 감독들이 또 다른 영화를 제작할 기회가 지속되길 바란다.

내년 11월 열여덟 살이 될 이 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들이 투철한 미학적 고민과 카메라를 든 자의 태도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깊고 넓게 바라봄으로 현실의 층이 두터워지기를 기대한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