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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목의 성모.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파르미자니노(1503~1540·본명 지롤라모 프란체스코 마리아 마촐라)는 37세로 죽기 전의 6년 동안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
갸웃한 고개와 긴 목
아름다우면서 기괴하게 굽이를 트는
성모의 몸은 그 자체로 물병이다
아기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이뤄지는 장소, 그리고 마침내
현자의 돌로 태어나는 그릇
이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하고, 우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미완성의 그림 한 점, 온갖 비밀의 전언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수수께끼의 그림 '긴 목의 성모'는 수수께끼의 사내 파르미자니노(1503∼1540)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37세로 요절하기 전, 6년 동안이나 '긴 목의 성모'를 그리고 있었다. '미술가 열전'을 쓴 바사리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이 그림을 그리다 기분이 나빠 완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화가는 오른쪽에 서 있는 기이한 기둥의 기단에 서명을 해놓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
송대방이 쓴 '헤르메스의 기둥'은 미술사를 공부하는 주인공 승호가 '긴 목의 성모'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을 찾아가는 추리 형식의 소설이다. 승호의 호기심은 온통 성모 뒤의 기둥에 쏠린다. 그리하여 그는 기둥에 감춰진 연금술의 비의와 기어코 직면한다. 실제로 파르미자니노는 연금술에 심취했다. 말년에 연금술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궁핍 속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그는 정말 그림에 연금술의 비의를 감추어놓았을까?
긴 목의 성모는 우아하다. 우아함을 위해 고전주의적 비례와 균형의 경계선을 넘어서 그녀의 몸은 세 번의 굽이를 틀며 공간 속으로 흐른다. 마치 유체처럼.
■ 소설 '헤르메스의 기둥'의 그림
갸웃한 고개와 긴 목을 타고 한 줄기 우울이 잠행하지만, 그것은 우아함을 위해 치러야할 비용인지도 모른다. 성모는 전형적인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의 몸이다. 본래 마니에리스모는 자연과 분리되어 기교적이고 인위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경향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미술사가 다니엘 아라스에 따르면, 마니에리스모는 16세기 시대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해 신비적이고 마법적인 세계로 대응하는 양식이었다. 현실적 비례를 넘어서는 유체의 몸은 모종의 비현실적 신비를 향한다.
성모의 무릎에는 아기 예수가 위태롭게 놓여있고, 성모의 왼쪽에는 커튼과 5명의 목동(천사인지도 모른다)이 빼곡히 공간을 채운다. 앞의 한 목동은 몸체가 길고, 푸른 물병을 들고 있다. 성모 오른쪽에는, 한 작가로 하여금 장편의 소설을 구상하게 만든 문제의 그 기둥이 서 있다. 아마 프로이트라면 기둥을 남근, 물병을 여음으로 보고 파르미자니노의 성적 욕망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긴 좀 더 섬세한 탐색이 필요할 듯하다. 기둥부터는 텅 빈 공간이다. 기둥 아래에는 상체를 노출한 마른 사내(성 히에로니무스?)가 두루마리를 펼치고 있다. 이 확고하고도 모호한 형상들이 수수께끼를 품고 우리의 시선을 혼란시키면서 유혹한다.
기둥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랫부분은 여러 개 기둥이 열을 지어 선 열주(列柱)이다. 여럿으로 나뉜 그림자를 보라. 하나이면서 여럿인 기둥은 미완성이 아니라 연금술의 비의를 드러내는 것임을 작가 송대방은 발견한다. 무한한 일자(一者; 신성)와 유한한 다자(多者; 세속)가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연금술의 비의이며, 이것을 구현하고 있는 기둥은 연금술을 통해 얻게 되는 ('해리포터'에서는 '마법사의 돌'로 나오는) '현자의 돌'의 상징이다. 황금과 영생의 비밀을 응축한 현자의 돌!
■ 흑화(nigredo) 단계를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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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수태고지'. 왼쪽에 여러 개 기둥이 줄지어 섰고, 가브리엘 천사와 성모 사이에는 기둥 하나가 있다. 이는 당시 패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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