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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헤비메탈 밴드 '문사출'. 왼쪽부터 김상우(베이스), 이윤철(드럼), 김산(보컬), 김동환(건반), 이제욱(기타). |
장발을 휘날리며 무대 위에 서서 육중하고 강렬한 굉음을 만들어내는 사내들이 '헤비메탈'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면, 그것은 단순히 록의 한 장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평생토록 지켜 가야할 견고한 삶의 태도나, 신앙처럼 경건하게까지 들린다.
부산은 '인디'라는 말이 생겨나기 이전, 걸출한 헤비메탈 밴드들을 무수히 배출해낸 록의 메카였다. 헤비메탈 밴드 '문사출'의 보컬 김산은 특히 헤비메탈 장르가 부산에서 위세를 떨쳤던 이유에 대해 "억센 사투리에서도 쉽게 드러나는 거칠고 뜨거운 지역 색과 항구도시로써 문화유입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지금은 더 이상 장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없이 많은 변종 장르의 음악이 쏟아지는 바람에 헤비메탈의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뛰어난 헤비메탈 밴드들이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부터 '디오니소스', '아마게돈', '스트레인저' 같은 밴드들의 라이브를 보며 자라온 록 키드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메탈 사운드를 구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김산(보컬), 이윤철(드럼), 김상우(베이스), 이제욱(기타), 김동환(키보드)으로 구성된 헤비메탈 밴드 문사출은 2003년 김산과 기타리스트 최영동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부터 시작해 손성호(현 헤비메탈 밴드 '바크하우스' 기타)가 가세하며 풀 밴드 형태를 갖추어갔다. 부산도시철도역 2호선 '문전역 4번 출구'(현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 역) 앞에 있는 연습실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가면서 팀명을 '문사출'로 정했다. 팀명 문사출은 ' 門4出 -갇혀 있던 사방의 문을 부수고 나아간다', 'moon4出 : 무대 위로 네 개의 달이 떠오른다'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2009년 첫 번째 정규 앨범 '강철의 달'을 발표하면서 '천지인', '조국과 청춘', '이스크라', '메이데이'로 이어지는 현실 참여적인 운동권 록 밴드의 끊겼던 계보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평가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대오의 선두에 서서 싸우는 분들에게 미안한 일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아마 '강철의 달'에 수록된 몇몇 곡이 자본과 경쟁으로만 치닫는 시대를 향한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일터인데, 그런 이야기는 일상에서도 자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주류 대중음악이 체제에 순응하듯 철저히 기획된 상품을 양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항적인 현실참여 밴드로 분류되는 것 같다고 한다.
문사출의 매력 중 하나는 헤비메탈 밴드로서는 드물게 집중해서 들으면 가사가 들린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문학청년이라는 보컬 김산이 쓴 가사는 직설적이고 원초적인 여느 헤비메탈 밴드의 노랫말과는 달리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주로 우리 사는 세상의 안쪽이나, 인간 내면의 풍경을 노랫말 속에 담으려고 한다. 공연 보러 오기 전에 가사를 살펴보면 강렬한 사운드 속에 담긴 포탄 같은 메시지들이 심장을 저격하여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에 기대지 않도록, 아니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음악적인 부분에는 군내 나는 옛날음악(흔히 쌍팔년도라 불리는)에 고이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멜로디나 리프도 교과서적인 메탈 어법을 자주 벗어난다. 일부 록 마니아나 뮤지션들이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이 문사출만의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고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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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새로 옮긴 레이블인 리얼라이즈 레코드에서 2집 앨범의 녹음을 이미 끝마쳤지만 좀 더 양질의 사운드를 완성하고 싶은 욕심에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음반 제작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에 만나게 될 문사출의 두 번째 정규앨범은 문사출만의 멜로디와 가사는 담아가되 전체적으로 테크닉적인 부분을 강조했다고 한다. 무한 경쟁의 전장에서 뒹구는 우리 시대를 풍자한 '거품 물고 산다'와 현대인의 내면 상처를 얘기한 '낡은 바퀴의 노래' 같은 곡들이 수록된다. 일주일 안에 녹음과 후반작업까지 끝내버리는 밴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헤비메탈이란 장르는 특히 테크닉적인 세심한 장인정신이 필요해 아무나 쉽게 완성하기 힘든 작업이다. 그런 이유로 작업이 더뎌지기도 하지만, 같은 이유로 남들의 눈치나 트랜드 따위와는 상관없이 헤비메탈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앨범이 완성되면 다양한 장르의 밴드들과 함께 공연하거나, 이야기 극 형태의 새로운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10년이 넘도록 부산 헤비메탈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도 실험과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밴드 문사출을 보면 머지않아 헤비메탈의 전성기도 다시 돌아올 것이란 확신이 든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