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극 중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신문사 사주 아들이자, 스타 국회의원을 아내로 둔 권무혁이 등장하면 긴장감이 흐른다.

완벽한 배경을 가진 이 남자는 가족이 내심 걱정할 정도로 여린 심성에, 아내에대한 순애보를 간직한 신사로 등장했다. 그러다 갑자기 광기와 집착으로 가득 찬 다른 얼굴을 드러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두 얼굴의 사나이, 권무혁을 연기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배우 김호진(45)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가 MBC TV 음식 버라이어티 '찾아라 맛있는 TV'도 진행하고 있잖아요. 거기서 제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표정조차도 무섭다고 하는 시청자도 있다고 해서 사실 고민도 했어요. 하하하."

'화려한 유혹' 연출자인 김상협 PD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호진에게 권무혁 역을제안하면서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호진은 그러나 제작진으로부터 권무혁을 설명하는 단서들을 풍부하게 얻지는 못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사랑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설명을 들은 다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게 모르게 무언가에 집착할 수가 있잖아요. 누구나 좌절하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표현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상상해 봤어요. 너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집착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했죠."

권무혁이 기묘한 꽃다발을 아내에게 선물하거나 아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모아서 책에 숨겨두는 모습에서는 소름이 절로 돋는다는 반응들이 많다.

김호진은 "권무혁을 연기할 때 한쪽으로 자극적으로 치우치기보다는 힘을 많이 빼고 연기하려고 한다"라면서도 "그래도 저도 영상 속 권무혁의 모습에 흠칫할 때가있다"라고 말했다.

김호진의 악역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김희선, 류시원과 함께 출연했던 MBC TV '세상 끝까지'(1998), KBS 1TV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2003)에서도 악역을 연기했다.

김호진은 이번 연기가 유독 화제를 모은 데 대해 "기본적으로 깔아둔 이미지 덕을 크게 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유독 뒤통수 맞았다고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순하고 부드러웠던 캐릭터가 강했고, 그만큼 그런 역할을 많이 제안받아서 일부러 출연을 안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부드러운) 캐릭터를 제일 잘하는 인물을 하자는 생각으로 그걸 극복했어요. 그 덕분에 권무혁 캐릭터가 탄생했죠."

김호진은 상대역인 차예련에 대해 "차가운 이미지라서 처음에도 좀 걱정도 했다"라면서 "생각과는 달리 정말 털털하고 소년 같은 배우"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