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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첫번째 정규 앨범 '시작'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YUMI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고 있다. |
서늘함이 감돌지만, 그 속에 따스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음색의 싱어송라이터 'YUMI'의 첫 번째 정규앨범 '시작'이 지난달 22일 발매됐다. 첫 번째 ep 'Between you and me'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클럽과 카페, 버스킹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연하며 그 수익을 알뜰히 모아 두 번째 ep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때마침 민락 인디트레이닝 센터의 앨범제작 지원을 받았고 심지어 자작곡들도 충분히 쌓였으니 정규앨범을 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정규 앨범 발매와 동시에 타이틀 곡 'Because of you'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공개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페이스북 친구가 데모를 듣고 먼저 뮤직비디오 제작을 제안했고 애잔한 느낌에 포커스를 맞추어 YUMI의 집 거실에서 촬영됐다. 레이스 커튼을 달아 조명 대신 자연광을 이용했고 고요하면서도 동적인 효과를 주기위해 목재 흔들의자를 구입했다. 촬영을 끝내고 쫑파티를 위해 주문한 치킨 피자세트를 포함해 뮤직비디오의 총 제작비는 자그마치 8만 원이다. 가격대비 동급 최강의 뮤직비디오다.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이고 앨범에 담긴 9곡의 모든 연주와 프로듀싱을 전부 혼자 소화했다.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일렉트릭 기타를 제외한 모든 악기는 미디로 프로그래밍해 작업했다. 혼자서 편곡 방향을 결정하고 모든 악기를 하나하나 컨트롤해야했기 때문에 신경 쓸 것도 많고 작업 시간이 더뎌졌지만, 덕분에 처음부터 의도했던 색채를 고스란히 담아 낼 수 있었다. 여러 방향으로 편곡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미니멀한 편곡이었다. 베이스 대신 피아노 저음을, 드럼 대신 쉐이크와 박수소리로 표현했고 코러스로 악기를 대신했다. 화려한 장식들이 빠진 대신 일상에서 스쳐온 이미지들을 담담한 감성으로 오롯이 포착해냈다. YUMI에게 창작활동은 일상의 연장선이다. 평소에 서핑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겨 푸른 바닷물에 몸을 던질 때 마다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오늘은 날 저 바다로 데려가 줘',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문텐 로드'처럼, 그녀의 첫 번째 정규 앨범에 담긴 곡들은 그녀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공간,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채로운 이미지들과 정서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YUMI의 노래들은 메시지가 아닌 이미지를 담고 있다. 노랫말 역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래 전체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듣는 이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생활의 배경음악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웠던 피아노가 그녀의 음악 인생의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때 기타를 배우며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버릇이 됐다. 그런 아이들의 정해진 수순처럼 대학생이 되자 인디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밴드의 팀명이 바로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의 어느 저녁. 걸출한 여성 보컬과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는 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내가 함부로 던진 썰렁한 농담이 팀명으로 정해지고 말았다. "무지개가 영어로 뭔 줄 알아? 'VERY DOG'이야. 무지 개."
그녀가 보컬로 활동했던 밴드 VERY DOG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경성대 앞 '다락'이란 바에서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해체했다. 직장생활 등으로 음악활동을 쉬다가 2011년 싱어송라이터 YUMI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다시 밴드를 하고 싶었지만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대세는 통기타와 젬베였고, 멤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VERY DOG 마지막 공연을 함께 한 팀이, '사이' '망각화' '셀린셀리셀리느'였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마지막까지 VERY DOG 을 지켰던 베이시스트 조인수는 현재 '아이러닉 휴'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 빼고 전부 홍대 앞에서 쟁쟁한 뮤지션이 되었으니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라고 담담한 포부를 들으니 첫 번째 정규앨범 '시작' 이란 타이틀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올 연말 12월 21일 월요일 오후 8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골방프로젝트에서 '혼자 보는 공연'이란 타이틀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친구랑 연인이랑 함께 같이 가도 된다. 결국 그녀가 노래로 들려주는 이미지는 저마다 혼자서 간직하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