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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가족 제한구역에 갇혀 희망 찾는 몸짓

김비 소설가 새 장편소설…'붉은등, 닫힌문, 출구없음'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11-16 19:10:0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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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편소설에서 절망과 희망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김비 소설가. 산지니출판사 제공
- 상징적 요소로 스토리 구성

김비 소설가가 최근 펴낸 새 장편소설 '붉은등, 닫힌문, 출구없음'(산지니 출간)은 매우 인상 깊은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도입부는 읽는 이를 압도한다. 한 번 쥔 책을 여간해선 놓을 수 없을 만큼 이야기가 긴박하고 빡빡하다.

밀리고 밀려 사회의 벼랑 끝에 온 주인공 남수 가족의 상황, 그들 각자의 아픔, 끔찍한 결심에 이르게 된 절박한 처지까지 단번에 드러낸다.

남수는 "LED 패널 공장, 자동차 부품 프레스 공장, 금고를 만드는 회사를 거쳐 택배 일까지 왔는데도" 삶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택배를 하다 허리를 다치고, 빚을 내 구매한 트럭은 고장 나고, 빚을 돌려 막으려고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아내 지애는 무기력하고, 어린 외아들 환이는 장애가 있다.

이곳은 갓 지은 160층짜리 초호화 건물, 화려한 백화점이 있고 첨단 상업시설이 즐비한 곳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남수가 마음 먹자 아내 지애는 "마지막으로 좋은 곳 한 번"이라고 통사정한다. 그 통에 남수 가족은 160층 건물의 쇼핑센터에 온다.

그런데 남수 가족은 그만 빨간색 출입통제선 넘어 제한구역에 들어서고 여기에 완전히 갇혀버린다. "문도 다 닫혀 있고…층수가 없어. 몇 층인지 적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숫자가 보이질 않아." 호화찬란하던 빌딩은 이들 부부에게 순식간에 절망과 고통뿐인 공간이 된다. 애초에 '죽을 결심'까지 하고 왔던 남수의 머리에 이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억울하다'이다.

남수는 아내 지애와 다투고 서로 아픈 곳을 건드려 가면서도 "그 누구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일직선의 미로"인 이곳을 아래위로 뛰어다니며 살길을 찾아 나선다. 이 모습을 김비 작가는 밀도 높고 능숙하게 그린다.

자신들만 갇힌 줄 알았던 이곳에서 남수 가족은 다른 조난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서 소문과 정보를 듣게 되고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자본의 힘을 과시하는 이 빌딩은 서둘러 짓느라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 치명적인 결함을 무시한 탓에 빌딩은 이미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 바깥엔 '열쇠를 쥔 사람'이 있지만 선뜻 갇힌 자들을 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 장편소설은 상징적인 요소가 선명하고 많아 보인다. 특히, 남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상징으로 읽으면 '여기가 몇 층인지도 모르며, 끝없이 올라가도 닿을 수 없고, 끝없이 내려가도 찾을 수 없는' 숨가쁘고 아득하고 희망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지극히 미세한 모습으로 절묘한 몸짓의 희망이 꼬물대는 모습은 만날 수 있다. 절망을 만날지 희망을 찾을지는 독자 몫이다.

경남 양산에 살면서 부산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김비 작가는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하면서 등단해 소설과 에세이를 펴냈고,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작가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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