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 비주류 문화 영역의 활발한 기획과 실행 프로그램은 서울 지역 곳곳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서울 성수동 도시형 벽화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상가, 공장(작은 사진)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류성효 제공

- 사운드·디자인·영상작가 목정량
- '원픽셀가드닝' 설립 플랫폼 구축
- '이태원주민일기' 책, 웹으로 기록
- 예술인 '핫플레이스' 이미지 심어

- 창고서 패션 명소로 변신 성수동
- 디자인·예술쪽 사회적기업 밀집
- 홍대앞 등도 독립문화 활동 활발

- 제작·발표·유통 연계 목소리 불구
- 부산의 문화 활동가치 너무 낮아
- 아티스트 실험 정신 존중·응원을

건물주의 재건축 계획으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에서 2010년 8월 7일 신선한 공연 겸 전시가 있었다. 그래피티로 시작해 설치와 사운드 퍼포먼스로 변신을 거듭한 아티스트 베모(vaemo), 큰 기업에서 일하다 독립해 사운드와 영상, 디자인 작업을 하던 목정량(moc)이 참여한 행사였다.

필자는 아지트의 지향점을 그들의 작업과 태도에서 발견하고 초대했다. 서울이 본거지인 이들과는 꾸준히 함께했다. 서울의 '원픽셀가드닝(1px Gardening)' 회사는 독특한 기획으로 다채로운 예술문화 쪽 활동무대(플랫폼)를 만들어내며 운영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개발자 유용태와 기획·디자인을 맡은 목정량(2010년 아지트에 왔던 그 사람)이 만든 회사로 IT 기술을 기반으로 문화를 위한 플랫폼을 만든다. 이들은 무엇이든 매우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인상 깊다.

이들이 구축한 주요 플랫폼으로 '웹 아카이브 미모사(http://1px.kr)'를 들 수 있다. 서울 이태원은 여러 측면에서 이슈를 모으는 '핫 플레이스'로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다.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활동이 중요했다. 이태원에 정착해 활동하던 문화예술인 등의 이야기로 관심을 모은 '이태원주민일기(http://2tw.1px.kr)'라는 책(2011년·북노마드)이 있다. 이 책 속의 다채로운 활동을 담은 웹 아카이브가 미모사(http://1px.kr)라고 보면 되겠다.

■ 문화생태계 만드는 원픽셀가드닝

웹에이전시 '원픽셀가드닝' 홈페이지

원픽셀가드닝은 실험음악의 음원 유통 플랫폼인 오디오로그(http://audiolog.kr)를 서비스한다. 오디오로그는 음악을 부분만 감상한 후 살 수 있도록 구성됐고, 실험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유통에 관한 권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거기에 더해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는 인아웃(http://inout.1px.kr)을 통해 각종 책 CD 디자인상품 등이 제작된다. 이 같은 온라인 활동을 오프라인 활동으로 잇는 플랫폼 원픽셀오프라인(http://offline.1px.kr)도 있다. 비주류 문화를 다루고 지원하면서 인상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다원적 문화예술 현장의 상징으로 볼 만하다.

흥미롭지 않은가? 큰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통과 소비가 활발한 주류문화를 대상으로 하지도 않는데 독특한 문화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여러 플랫폼이 이곳 서울에서는 활발히 운영된다. 부산에서도 할 법한 일이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는 문화기획 사례다.

지역 예술문화 현장에서 소통-제작-발표-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왔으나, 지역에 그런 사례가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독립문화, 비주류, 인디, 서브컬쳐, 실험예술 등으로 불리는 문화예술 활동의 가치를 부산에서 제대로 인식하느냐는 물음도 뒤따른다. 부산은 이런 부문에 강점이 있었는데 최근 많이 무너진 느낌이다. 원픽셀가드닝의 목정량(moc)과 여러 활동을 함께하는 다미라트(Damirat), 스트리트 아티스트 지알원(GR1), 브이에스(VS) 등 많은 이가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로 거점을 옮긴 아티스트이다.

줄곧 부산의 비주류 독립 문화계(서브컬처)에서 활동한 필자도 2013년 가을부터 이태원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지면에 담기 힘들 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다. 명물 벼룩시장으로 유명세를 타는 '이태원계단장'과 이태원 이슬람사원 앞에서 시작하는 우사단로의 수많은 독특한 공간에서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생을 지향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네트워크 단체 '우사단단'이 먼저 떠오른다.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침체한 지역에 문화예술인들이 진출해 활력을 높이자 그곳 임대료가 올라 문화예술인이 오히려 쫓겨나는 현상)은 무섭도록 빠르게 진행된다.그렇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노력이 뒤섞인 곳이 이태원이다. 필자는 이태원 도시리서치 프로젝트 'Crossing Usadanro'에 총괄 기획으로 참여했다.

■ 수많은 공간, 다양한 시도

'이태원주민일기'(왼쪽), 우사단로 포스터.

비주류 문화 영역에서 주류가 집중하지 못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곳은 많다. 홍대앞, 합정, 연희동 등에서 여전히 많은 활동이 진행 중이다. 창고에서 패션 명소로 변신한 대림창고가 유명한 성수동은 주목받는 곳이 됐다.

필자가 기획으로 참여한 도시형페인팅프로젝트 'URBAN UP SEOUL'을 진행하는 현장으로 성수동을 선택하면서 직접 관찰한 여러 사례도 있다. 특히 디자인과 문화예술 분야 등 사회적기업이 25개쯤 몰려 있어 지역 정체성이 선명해지는 점이 놀라웠다.

석촌동 주변도 흥미로운데 일러스트레이션, 스트리트 아트, 아트 토이 등을 특화한 전문 시각예술 거점 에브리데이문데이(http://everydaymooonday.com), 독특한 전시·공연 중심의 언오피셜프리뷰(http://unofficialpreview.com)가 여기 있다. 시청각(http://audiovisualpavilion.org), 보안여관(http://cafe.naver.com/boaninn) 등의 공간이 운영되는 서촌 그리고 성북동의 변화도 관찰 대상이다.

대림상가에 있는 800/40(http://80040.org) , 세운상가의 300/20(http://30020.org)은 해당 공간의 월세 금액을 이름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종로의 역사와 세월의 흔적 위에 문화예술공간을 차렸다. 종로구 창신동 봉제공장을 개조한 지금 여기(http://www.space-nowhere.com)는 시대에 대한 고찰과 고민을 담는 문화공간이다. 대흥동 3평짜리 구멍가게를 개조하고, 독립적 공간으로 자립하고자 다양한 수익모델을 연구하는 독립예술공간 기고자(http://kigoja.net)도 관심이 간다.

창작공간이 많은 문래동의 공간 사일삼(http://www.41-3.org)은 공적 기금 의존도가 높은 공간이 많은 상황에서 창작자와 공간이 공생하는 소규모 작가 직영공간으로 운영한다. 영등포의 공장을 개조한 커먼센터(http://commoncenter.kr)는 유연한 전시공간을 지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청량리의 청량엑스포(http://www.xpo.co.kr)는 대학생 MT의 출발지 '청량리역'과 성매매업소가 있던 '청량리 588' 사이에서 청년문화를 전시하고 기록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 부산은 무엇을 참고할까

서울에는 이토록 많은 공간과 현장이 있다. 주류의 시선과 자본의 취향에 스스로를 속박하지 않고 고유한 가치를 확인하며 운영하는 이런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비슷한 방향을 설정한 부산의 공간과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장전동 장성시장의 문화공간, 장전동에서 부산대를 잇는 골목, 리더 홍기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힙합과 청년문화 관련 공간, 또따또가 등 원도심 문화공간, 부산대 앞을 지키며 음악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고민한 재미난복수의 김건우 대표가 위탁운영하는 부산음악창작소, 부산 음악씬의 주요한 인력이 운영하는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 젊은 시각예술공간인 청사포의 비아트갤러리와 팔도시장의 공간 힘 등은 치열한 청춘을 보내며 현장에 서 있는 부산 청년문화의 상징이다.

서울은 각자 기호와 가치를 반영한 실험과 연대, 창작과 공유가 견고하게 자리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잡았다. 대형 이벤트나 공간 자체에 집중하는 인상을 주는 부산 문화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지대로 자리 잡기 위한 묵묵한 조언을 거기서 들을 수 있다.

류성효 부산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